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규철 특검보가 1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왼쪽)와 이규철 특검보가 1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서다. 이르면 14일, 늦어도 15일까지 결정한다더니 16일로 미루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구속영장 기각 가능성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특검 수사 자체가 차질을 빚는다.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특검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특검 '이재용 영장' 16일 결정] "사안 중대하고 고려할 사항 많다"…영장 청구 놓고 고심하는 특검
◆막판 고심 거듭하는 특검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발표를 보류하는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이 가져올 중대성이 커서”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던 그동안의 강경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당장 미국의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계획이 차질을 빚는 등 이 부회장 사법 처리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특검팀 내부에서도 “혐의가 충분한 만큼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 외에 횡령·배임·위증을 비롯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할 혐의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단순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것인지,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할지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특검팀은 삼성의 정유라 씨 승마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찬성이라는 ‘부정 청탁’의 대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으며 단 한 번도 반대급부로 출연이나 지원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뇌물공여죄를 적용하기도 만만치 않다.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최순실 씨 지원=박 대통령 지원’이 성립한다는 점을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법원 판례는 ‘경제적 동일체’를 전제로 한 뇌물공여죄 인정에 인색하다. 공무원의 부인이나 남편이 뇌물을 받았을 때, 공무원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대신 뇌물을 받았을 때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부자간에도 경제적 동일체는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함정 수주 대가로 자신의 아들이 주주인 요트 회사에 STX그룹이 7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에 대해 단순 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가 운영한 의상실에 의상비를 지급했다는 이영선·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잇따른 진술도 특검의 ‘경제적 한몸’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이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 수사 동력이 약해질 것이고, 청구를 안 하자니 수사를 제대로 안 한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짜맞추기 수사’ 비판도 부담

특검팀에 따르면 삼성 측은 변호인을 통해 다른 기업들 조사를 모두 마친 뒤 삼성도 같이 사법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도 “상징성 차원에서 본보기로 삼지는 말아 달라”고 했지만 특검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쪽에서는 “정치색이 짙은 특검 수사를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검팀이 타깃과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온다”며 “특검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일/고윤상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