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트럼프 시대] 꺼져가던 불씨 살아난 미국 바켄 셰일오일 지대
미국 노스다코타주 북서쪽에 있는 바켄지대는 미국 2위, 세계 12위의 셰일오일 지대다.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셰일오일이 생산된다. 1951년 땅 주인 헨리 바켄이 처음 유전을 발견해 이름 붙였다.

바켄의 배후 도시 윌리스턴은 2014년 말까지 가장 잘나가는 도시 중 하나였다. 2010년 1만2000여명이던 인구는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서 2014년 3만8000여명으로 증가했다. 가구당 소득 증가율도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도시였다.

윌리스턴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박유수 목사는 “개발 붐이 일 당시 유전지대에서 일하는 젊은 층의 평균 연봉이 12만~15만달러였고, 월마트 파트타임 직원도 시간당 18달러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갑자기 늘어난 인구 때문에 호텔과 아파트 건설이 활황이었고, 가는 곳마다 돈이 차고 넘쳤다”고 했다.

한국의 조그만 읍내처럼 보이는 시내를 세 블록 벗어나면 바로 황량한 벌판인데도 침실 두 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3000달러까지 치솟았다. ‘윌리스턴에서는 지나가는 강아지도 100달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하워드 클럭 윌리스턴 시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지역이 된서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유가가 떨어지자 인구 3분의 1이 빠져나가면서 도시가 무기력에 빠졌다.

시정부는 활황으로 거주 인력이 늘어나자 상수도부터 오물 처리, 학교·병원 등 기본 인프라 확충을 위해 3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을 계기로 모두 부메랑이 됐다. 인구 유출로 아파트와 호텔, 식당 등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고 시 재정은 어려워졌다.

클럭 시장의 얼굴이 다시 밝아진 것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다. 셰일오일 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에 따라 국제유가도 배럴당 50달러대로 회복했다. 클럭 시장은 이를 두고 “축복의 메시지”라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윌리스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