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소재주 '찬바람'
반도체 ‘슈퍼 사이클’ 진입 기대 등으로 훈풍을 타던 반도체 부품·소재주가 찬바람을 맞았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증착 관련 장비업체 원익IPS는 16일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500원(5.89%) 하락한 2만3950원에 장을 마쳤다. 또 다른 증착장비회사 주성엔지니어링도 9720원으로 240원(2.41%) 밀렸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유니테스트(-5.38%)와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식각액 생산회사 솔브레인(-2.81%)도 약세였다.

반도체 관련 기업 100곳 가운데 이날 주가가 내린 회사는 79곳에 달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반도체 부품업체 티씨케이(6.70% 상승) 등 18개에 그쳤다.

대부분 반도체 부품·소재주는 최근 1년간 큰 폭으로 올랐다.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지난해 4분기 30%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에도 30%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원이 꺼지더라도 메모리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3차원(3D) 낸드메모리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중국 최대 반도체회사 칭화유니그룹이 지난 13일 700억달러(약 82조775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3곳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6배 안팎이던 반도체 관련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등 상승속도가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현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업계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부담을 준 데다 삼성전자가 조정을 받으면서 매도세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관련주의 호재가 여전하고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업종도 이렇다 할 투자 매력이 없어 조정을 거친 뒤 다시 매수에 나서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