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6일 내놓은 개인신용평가체계 개편 방안은 천편일률적인 신용등급 산정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용등급은 금융권 대출 한도와 금리를 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지만, 그동안 2금융권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신용등급은 어떤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았는지에 따라 등급 조정 폭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은행 대출을 받으면 0.3~0.5등급가량 등급이 하락하지만 저축은행 대출을 받으면 평균 1.5등급 떨어진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등급 하락 폭은 더 커진다. 신용등급 1등급인 소비자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평균 3.7등급 하락한다. 대출을 받은 뒤 단기간에 갚았는지, 대출금리는 얼마인지에 상관없이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금융위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는 대출금리를 신용등급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대부업체에서 연 7% 금리로 대출받은 A씨와 연 20% 금리로 대출받은 B씨가 있다면, A씨에 대해선 신용등급이 덜 떨어지도록 등급 산정체계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에 대해서도 이동전화나 공공요금 납부 실적 등을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들은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해 보통 신용 4~6등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천편일률적인 신용등급제도 손보기로 했다. 현행 개인 신용등급은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평가회사에서 1~10등급으로 분류한다. 등급당 인원이 수백만 명에 달하지만 금융회사들에선 각 개인의 세부 신용도를 등급으로만 평가한다. 예컨대 나이스평가정보의 신용 5등급에 속하는 782만명의 소득수준, 신용도는 천차만별이지만 금융권 대출을 받을 때는 똑같은 5등급으로 대우받는다.

금융위는 이런 등급체계를 앞으로 점수제로 바꾸기로 했다. 미국처럼 1000점 만점 기준으로 개인별 신용도를 점수화한 뒤 각 개인의 신용점수에 맞는 대출한도와 금리를 책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시스템 개편 문제 등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도입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