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사위기 화훼농가 살리려면…
2017년 새해의 붉은 해가 솟았다. 모든 이들에게 희망찬 한 해가 시작된 것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꿈과 소망을 그려보며 새 출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갖게 된다. 그래서 새해가 시작된 지금 스스로에게 화려한 꽃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 싶다. 꿈을 갖고 활기차게 한 해를 멋지게 시작하자는 나 자신을 위한 축하의 의미에서 말이다.

꽃은 생명과 잉태의 상징이다. 꽃이 진 후에 맺어진 씨앗이 생명의 순환을 유지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과 끝을 함께 담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노란 복수초를 선물하며 행복과 장수를 기원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협도 지난 2일 새해 첫 출근을 하는 직원들에게 꽃과 화분을 나눠주는 특별한 행사를 벌였다.

우리나라 1인당 화훼 소비액은 2015년 기준 1만5000원으로 일본의 10만원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각한 문제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내 화훼산업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화훼 농가의 수와 그 생산액은 30% 이상 감소했고, 1인당 꽃 소비액도 34%나 감소했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부정청탁금지법마저 시행돼 화훼 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거래물량이 13%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꽃 소비가 줄어든다고 하니 우리의 삶에서 여유와 사색이 멀어지고 오로지 생존경쟁에만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 근래에 들어와 선물용으로 주고받는 난(蘭)뿐만 아니라 절화류와 관엽류 소비마저 크게 줄어들고 있어 적잖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는 화훼 농가의 고충을 덜기 위해 다양한 소비촉진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2015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꽃 생활화의 일환으로 1개의 책상에 1개의 꽃을 놓는 ‘원 테이블 원 플라워(One Table One Flower)’ 운동을 추진해서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농협은 이에 발맞춰 대대적인 ‘원 테이블 원 플라워’ 운동을 펼쳐 꽃을 소비하고 꽃과 함께 생활하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범농협 차원의 꽃사랑 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2003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꽃사랑 농업사랑 체험교육’을 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생활 속에서 꽃을 즐기고 소중한 농업의 가치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으며, 인간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고 했다. 꽃은 사랑에 버금갈 정도로 따뜻한 안식의 대상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명약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봄 들판을 곱게 장식한 민들레를 보며 마음의 위안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다양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꽃들이 자아내는 빛깔과 향기는 서정적 감성으로 지친 삶에 활력소가 되고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밖에도 꽃은 기침과 두통에 좋은 국화차, 입맛을 돋우는 화전(花煎), 음식에 색조 화장을 입힌 꽃비빔밥 등 약용(藥用)과 식용(食用)으로도 널리 활용돼 그 품격을 높이고 있다.

‘꽃과 함께하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터’를 슬로건으로 전개하고 있는 ‘원 테이블 원 플라워’ 캠페인에 많은 기관과 기업체 등이 동참해 꽃의 생활화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기원한다.

이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고 어려운 화훼 농가에는 큰 힘이 되며 나아가 5000만 국민의 삶이 향기와 멋으로 여유로워지는 따뜻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2017년 정유년에는 농업·농촌에 전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