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 세마고는 ‘학원 안 가도 되는 학교’로 유명하다. 세마고 학생 대부분은 과외나 학원 교습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평균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고교 명단에 늘 들어간다. 최고 명문고로 꼽히는 대원외국어고를 앞설 정도다. 학교가 2012년부터 운영 중인 ‘마중물 프로젝트’라는 맞춤형 교육 덕분이다. 신입생은 모두 입학 전에 국어, 수학, 영어 교재 세 권을 미리 풀어 학교에 제출하도록 하고, 교사들이 이를 첨삭해 되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세마고 전교생의 ‘공부 기초체력’을 전국 최고로 만든 핵심이다.
일반고의 반란…청원고·세마고 평균학력, 대원외고 앞질렀다
차별화에 성공한 일반고들

공교육의 미래가 어둡다고 말한다. 강남, 목동 등 서울의 ‘교육 특구’에서 사교육으로 무장한 학생들이라야 서울의 주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진리처럼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세마고처럼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학교도 여럿이다.

17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한국경제신문이 초·중·고등학교 학교정보 공시사이트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1732개 고교의 ‘2016년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교생의 학력수준이 ‘보통 이상’인 학교는 총 40곳으로 나타났다. 응시자 전원이 국, 수, 영 과목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낸 학교다.

40개교 중 과학고는 14곳,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각각 5곳과 3곳이다. 자립형사립고 5곳도 포함됐다. 이들 특목고 외에 일반고도 13곳에 달했다. 화성고(화성), 세마고, 충주여고, 청원고(청주), 오송고(청주), 울진고, 부산장안고, 한국교원대부고(청주), 장안제일고(부산), 거창고, 남해해성고, 풍산고(안동), 창녕옥야고 등이다.

이들 고교는 저마다 수준별 학생지도와 자기학습유도 등 독특한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세마고는 신입생을 위한 교육 외에도 입학 후에 20명씩 반을 구성해 국, 수, 영 심화학습을 시킨다. 청원고는 자율형 공립고에 허용된 ‘교사 초빙제’ 덕을 톡톡히 봤다. 일반 공립고는 교사들이 3~5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만 자율형 공립고는 ‘교사 초빙제’를 활용해 우수 교사에 한해 재임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토론식 수업도 효과를 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평균 학업성취도가 높은 일반고들은 서울대 합격률도 특목고 와 자사고 못지않다. 세마고에서는 2014년부터 3년간 23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청원고는 같은 기간 16명을 서울대에 보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일반고도 특목고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울, 특목·일반고 양극화 심화

특화에 성공한 일반고들이 대거 등장하긴 했지만 일반고의 전반적인 기초 학력수준은 매년 나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이상’의 성적을 받은 응시자 수가 많은 학교를 기준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상위 100개 학교를 추려본 결과 과학고는 2014년 17개에서 지난해 19개로 늘어났다. 외고는 19개에서 23개로, 자사고는 13개에서 16개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반고는 44곳에서 37곳으로 감소했다. 서울 시내 일반고는 3년간 단 한 곳도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임 대표는 “서울 지역 학교에서 오히려 학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고교생들의 기초 학력수준은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자 전원이 ‘보통 이상’을 받은 학교 수는 2014년 52곳에서 지난해 40곳으로 23.1% 감소했다.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2015년 대비 0.2%포인트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인 학교를 ‘두드림학교’로 지정해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