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현행 합병·유상증자 기업의 가치평가 방식을 손보기로 했다.

금융위는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논란이 된 합병비율 산정방식 등의 적정성과 합리성을 따져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합병이나 유상증자 때 기업가치평가 기준을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종가)’로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국내처럼 법적으로 산정기준을 강제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삼성물산 합병뿐만 아니라 현대상선 유상증자 때도 현행 가격산정 기준이 공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업가치평가 기준을 검토해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에 연구용역을 맡긴 뒤 필요 시 올해 안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코넥스시장 활성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적자를 내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크면 상장이 가능한 코스닥시장처럼 코넥스시장 제도도 손질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5년 7월 도입 후 적용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한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2년 연속 당기순이익 2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등 수익성 위주로만 까다롭게 따지던 코스닥 이전 상장 요건도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판매 및 영업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명령권’도 필요 시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자율규제나 행정지도로 해 왔지만 공적인 규제 필요성이 인정되면 ‘조치명령’으로 전환한다는 복안이다.

증권사 은행 등 펀드 판매사의 서비스 수준에 따라 펀드 수수료도 달라진다. 똑같은 펀드라도 온라인에서 전문가 상담 없이 가입하면 창구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판매사 수수료와 보수가 저렴해질 전망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제재 요건도 마련한다. 불법영업을 하는 투자자문업자는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신고등록을 말소할 수 있고, 미신고 업자는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