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술관장의 고민
얼마 전 협회 소속 미술관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관람 매너가 없는 일부 관객으로 인해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미술관에 오면 작품 감상이 기본인데도 떼 지어 몰려다니며 사진 찍는 데만 관심을 보입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관객이 많이 오기만을 바랐는데 솔직히 요즘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미술관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 답답하면 하소연하는 전화까지 걸었을까.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블록버스터 전시를 개최하거나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입소문이 난 몇 관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미술관이 관객이 오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화랑과 달리 비영리 사립미술관의 주 수입원은 입장료다. 그런데 작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미술관의 관객 기근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관객이 줄면 입장료 수입도 감소해 미술관 운영에 큰 타격을 받는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오랫동안 준비한 전시회를 소수 관객에게만 보여주고 끝내야 하는 데 따르는 아쉬움과 경제적 손실이다. 한 번의 전시회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품이 많이 든다. 전시 아이디어 내기, 주제 선택, 자료 수집, 작가 선정, 작품 운송과 설치, 언론 홍보, 개막식, 관객 반응 유도, 작품 철수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특별 기획전은 준비기간만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데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전시비용도 억 단위가 넘는다.

게다가 전시는 재상영할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순회전시를 제외하곤 똑같은 전시 형태로 다시 여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하루평균 관객이 몇십 명에 불과하다면 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이겠는가. 문제는 관객몰이에 성공한 미술관을 만들고 싶은 욕망만큼이나 미술관이 진지한 영혼들을 위한 정신적 성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없을까? 올 한 해도 답이 없는 답을 찾기 위한 나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장·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