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33)] 경매고수들의 무용담에 현혹되지 말고…소망은 품되 야망은 버려라
시중에 적지 않게 나와 있는 경매서적의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면 얼마의 종잣돈으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식이 유난히 많다. 그런데 다시 그 문구들을 보면 종잣돈은 미미한데 벌어들인 금액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경매 입문자의 오해가 생긴다. 오해에서 비롯된 높은 기대치는 경매입문자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각인돼 상당 기간 그들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한다. 일반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3년 안에 10억원을 번다는 건 언감생심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500만원으로 몇 년 안에 500억원도 번다는데 기껏 10억원이 대수인가 하는 마음까지 생기게 만든다. 정말 열심히만 하면 3년 안에 10억원쯤은 우습게 벌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달콤한 환상을 통해 충전된 사기로 입문자들은 정말 열심히 경매공부에 매진한다.

열심히 준비해 드디어 실전에 도전한다. 한껏 부푼 자신감과 결연한 각오로 보무도 당당하게 법원에 들어선다. 그러나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 찬 경매법정의 열기에 일단 기가 죽고, 자신이 도전한 물건에 수십명의 경쟁자가 몰리면서 턱없이 높은 낙찰가로 낙찰되는 것을 지켜보면 가벼운 좌절마저 느끼게 된다. 십수 차례 쓰디쓴 패찰의 고배를 연속 마시게 되면 3년 안에 10억원이 아니라 3년 안에 10건을 낙찰받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밀려든다. 이는 평범한 경매 입문자들이라면 일정 시간 늘상 걷게 되는 보편적인 과정이다.

이 같은 초기 패턴이 자리잡게 되는 이유는 경매입문자들이 처음 책을 접했을 때 현란한 경매서적들의 제목에 현혹되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자기 스스로도 모르게 높아진 탓이요, 거기에 이끌려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 목표치를 설정한 탓이다.

경매서적 저자들이 실제로 미미한 종잣돈으로 큰 수익을 일궈냈는지, 그게 과연 사실인지 우리가 알 수도 없고 딱히 알 필요도 없다. 독자들이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양 심장의 고동을 느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 그것으로도 책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경매고수들의 가슴 벅찬 무용담은 독자들의 잠자고 있던 정열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 투자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한 길로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정표로서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자.

실제 자신이 목표로 삼은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각자 생생한 재테크 방법과 원리를 접했고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동산 지식을 체득했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비록 목표액에는 모자라더라도 평범한 직장인의 1년치 연봉을 벌었다면 경매에 발을 디딘 보람은 충분하다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목표가 너무 크고 좌절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조급해진다. 좌절의 강도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매인들이 가장 금기시해야 할 것이 조급증이다. 이 조급증은 자신이 가진 역량과 열정의 크기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무모한 목표를 설정했을 때 흔히 유발될 수 있는 심리 상태다. ‘나는 평범하게 살아왔고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경매서적에 등장하는 현란한 문구들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각자의 수준에 맞는 적정한 목표를 설정해 투자하시길 바란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 피하고 싶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이 평범한 말은 수시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재정적 압박 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돈, 그 규모가 1억원이든 10억원이든 그 정도를 마련하게 되면 미련 없이 손 털고 경매계를 떠나겠다는 생각도 한 번쯤은 꼭 해보길 바란다. 돈만을 쫓으며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기에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꼭 해봐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까닭이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