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 대여금>

< 법무법인 바른 >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Ⅰ. 사실관계


① 원고는 2009. 10. 16. 망 A에게 6억 원을 변제기 2010. 12. 30.로 대여하였는데, A의 배우자인 B가 연대보증을 하였다. ② A는 2010. 8. 6. 사망하였고, 사망 당시 유족으로 B와 자녀인 C, D가 있었다. ③ C, D는 2010. 9. 27.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2010. 11. 19. 그 신고가 수리되었다. ④ C의 자녀로는 피고 1과 피고 2, D의 자녀로는 피고 3이 있는데, 피고들은 모두 미성년자이다. ⑤ 원고는 B와 피고들을 상대로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⑥ 1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자 B는 항소를 하지 않고 피고들만 자신들은 상속인이 아니라며 항소를 하였고, 항소가 기각되자 피고들이 상고를 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가 상속인이 된다.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대법원 2006. 7. 4.자 2005마425 결정 등 참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C, D가 상속을 포기한 이상, 망 A의 손자녀인 피고들은 B와 공동으로 망 A의 재산을 상속한다.

2. 상속인이 된 손자녀는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의미하지만(대법원 1986. 4. 22.자 86스10 결정 참조),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과정에서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한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참조).

상속포기로써 채무상속을 면하고자 하는 사람이 그 채무가 고스란히 그들의 자녀에게 상속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봄이 부합하는 점, 실제로 C, D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다투면서 이 사건 항소 및 상고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의 친권자인 C, D는 적어도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그 경우 피고들에 대하여는 아직 민법 제1019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있다.

Ⅲ. 해설

논리적으로는 혈족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그에게 직계비속이 있으면 그 직계비속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민법 제1000조 및 제1003조). 즉 대법원의 판결이 법리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위 대법원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피상속인이 재산보다 부채가 많아서 자녀들은 모두 상속을 포기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만 상속을 승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인 손자녀에게도 채무가 상속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판결(대법원의 당해 판결)이 선고된 때 비로소 피고들은 자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판결이 선고된 후 3월 내에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는 기존의 판례와 배치된다. 예컨대,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한 사실을 알게 된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을 상대로 지급명령신청을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급명령정본을 송달 받았을 때 비로소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은 자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3다15869 판결).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도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소장을 송달 받았을 때 자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 때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하고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그 사실을 주장해야만 할 것이다.

둘째, 피상속인의 자녀 수보다 손자녀의 수가 많은 경우 자녀들 모두가 상속을 포기해버림으로써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을 감축시킬 수가 있다. 자녀가 임의로 배우자의 상속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더군다나 배우자의 상속분을 확대하고 상속권을 강화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문제를 해석론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습상속의 법리를 적용하자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가지는 상속분을 그대로 물려받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에는 변동이 생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민법상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자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제1001조), 상속개시 후 혈족상속인 전원이 포기한 경우를 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도 일본처럼 배우자의 상속분을 고정비율(1/2 또는 2/3)로 정해두던지, 혈족상속인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모두 상속을 받는 것으로 하던지 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그것이 상속을 포기한 혈족상속인의 의사에도 부합하고 포기를 하지 않고 상속을 승인한 배우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상속포기도 대습원인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독일민법이나 프랑스민법은 사망과 상속결격 외에 상속포기도 대습원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상훈 변호사는

학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