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열 마이돌 대표·황라열 크레이지랩 대표가 말하는 왕훙 활용법 "더 어려워진 중국시장, 왕훙마케팅으로 뚫으세요"
“왕훙(網紅·인터넷 파워블로거)도 천차만별입니다. 패션 전문가에게 화장품 광고를 맡겨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중국 왕훙 마케팅 대행사 마이돌을 운영하는 이진열 대표(오른쪽)의 말이다. 그는 최근 콘텐츠 제작사인 크레이지랩의 황라열 대표(왼쪽)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들의 왕훙 마케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대표와 황 대표를 만나 왕훙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가성비는 좋은데 …

이들은 왕훙 마케팅은 가성비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명 연예인보다 싸고, 효과는 더 크기 때문에 왕훙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훙이 유명인으로 성장하면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또 지금처럼 중국 정부가 한류 스타를 통한 마케팅을 견제할 때는 간섭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들었다. 황 대표는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을 사례로 들었다. 왕훙이 미용실에 들렀다 국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 이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미용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르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왕훙을 선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중국에 왕훙만 100만명쯤 된다. 왕훙과 팔로어의 특성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 지역 특성 등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왕훙이 있으면, 20대 남성 팔로어를 거느린 왕훙도 있다. 어떤 왕훙이 도움이 되는지 잘 구별해야 한다고 황 대표는 말했다. 그는 “왕훙에게 광고를 맡겼는데 효과가 없어 알아보니 SNS 계정만 있고 사람은 없는 가짜 왕훙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황 대표는 “왕훙의 힘은 ‘콘텐츠’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왕훙에게 옷 입혀놓고 사진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재미없는 드라마에 큰돈 들여 PPL(간접광고)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훙이 스스로 SNS에 올리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훙 감별사 되겠다"

이들 두 사람은 수년간 중국에서 마케팅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왕훙을 감별, 선정하고 콘텐츠까지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 손잡았다. 마이돌은 현재 ‘미차이나’라는 광고 대행사를 세워 왕훙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왕훙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왕훙 마케팅을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단순히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왕훙 마케팅의 효과를 숫자로 증명하기 위해 국내 화장품을 직접 판매도 할 계획이다. 자체 쇼핑몰을 열어 메디치코스메틱, 블랙몬스터 등 5개 브랜드, 26가지 제품을 왕훙 마케팅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또 왕훙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LEP 아카데미’와 마이돌, 크레이지랩은 중국 마케팅을 위한 왕훙 교육, 콘텐츠 생산 및 유통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