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노영규 신임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부회장 "ICT정책은 방향만 잘 잡아도 절반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은 전화 회선 적체를 획기적으로 해소한 국산전자교환기(TDX) 상용화부터 인터넷 강국에 이르기까지 30여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 ICT는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까.

최근 취임한 노영규 한국정보방송통신(ICT)대연합 부회장(사진)은 이 같은 화두로 마음이 바쁘다. 그는 “정보통신 전문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ICT로 갈 수밖에 없을 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ICT 정책은 방향만 잘 잡아도 반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가 맥을 잘못 짚으면 국가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T대연합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한국게임학회 등 30여개 ICT 관련 기관으로 구성된 정보·방송·통신 단체 대표 기관이다. 2012년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통신 정책 주관부처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부, 행정자치부로 분산되면서 정보통신 정책이나 산업 육성에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ICT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과학기술총연합회(과총)에 상응하는 조직입니다.” 노 부회장은 2012년 ICT대연합 발족 당시부터 깊이 관여했다.

그는 한국이 정보통신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30여년 동안 태풍의 눈에 서 있었다. 1982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진출한 그의 첫 근무처는 체신부였다. 당시만 해도 ‘하필 체신부냐’고 생각했다. 군대에 다녀와서 새로운 부처로 옮길 생각도 했다. 그런데 1987년 전역하고 돌아오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정보화 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 “세상이 IC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비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어서 눌러앉게 됐죠. 하하.”

그리고 34년이 흘렀다. 그동안 정보통신부 우정개발과장과 국무총리실 정보통신과장, 정보통신부 기획총괄과장,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사물인터넷협회 부회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전자정부 구현과 미국 통신시장 개방 협상, 통신시장 경쟁체제 도입, 초고속 통신망 구축사업, 국민 PC 보급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평생을 ICT 분야에서 봉직해온 그에게 ICT 정책안을 개발하는 일은 책무이고 숙원이다. “초고속 통신망 구축사업 덕분에 우리나라가 ICT 강국이 될 수 있었고, 아이폰의 한국 시장 진출에 맞서 정부가 자율경쟁을 촉진한 덕분에 삼성전자 갤럭시폰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잘 잡아야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ICT대연합의 핵심 주장은 대선 후보들이 ICT 전담부처 설립과 정책 공약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 부회장은 ‘ICT 정책과제 수립을 위한 대토론회’ 등을 열어 ICT 정책 수립과 컨트롤타워 설립을 위한 아이디어를 개발, 각 대선 캠프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 ICT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완성도 높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이를 추진하는 틀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