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플러스]'31억달러 美 투자'로 시동 건 2017년 현대·기아차
2017년 현대차그룹주(株)가 국내 증시에서 '트럼프 수혜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20일)을 앞두고 제2공장 설립 등 5년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고질적인 환율 영향이 줄어드는 등 한 마디로 '주가 호재'"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2014년 9월 이후 3년 만에 '1주당 20만원'을 회복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최근 1년간 13만원에서 15만원선을 오가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년 전인 2010년께 주가 수준이다.

현대차는 2011년 1월 상장 이래 처음으로 20만원을 돌파해 2014년 9월까지 역대 최고가(27만2500원)를 기록하는 등 20만원 위에서 거래돼 왔었다. 이후 엔화 약세 등 환율 이슈를 비롯한 노사 간 진통,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 매입 등이 주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급락한 이후 지금까지 당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6만원선을 경계로 비교적 탄탄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지만, 경기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21일 장중 3만6500원까지 미끄러지며 기존 최저가(4만200원, 2015년 7월13일) 기록도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 현대·기아차의 주가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결정이 장기적으로 국내 수출 물량을 대체하면서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미국에 5년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공장 설립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이는 지난 5년간 투입된 21억달러보다 10억달러 많은 규모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자동차담당 연구원은 "투자금액 중 30~40%가 자율주행·친환경차 등 미래자동차 개발비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금액은 기존 공장의 유지 보수 및 제2공장 설립 비용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에 모두 호재"라고 판단했다.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고질적인 '완성차 디스카운트 요인'인 원·달러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줄어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게 유 연구원의 분석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간 국내 생산 물량인 180만대와 170만대 중에서 각각 120만대와 110만대 가량이 수출되고 있다.

유 연구원은 "국내 생산 물량 중 북미쪽 수출 비중이 가장 크다"며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이 연간 10만대씩 싼타페를 현대차로 공급 중인데 만약 현대차의 제2공장이 완공되면 부족분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종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제2공장 증설 시 2020년에 68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이 증가, 2016년 연결 순이익 대비 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쟁사 대비 낮은 생산 수준을 감안하면 미국 공장 증설이 긍정적이라고 SK증권은 내다봤다.

이 증권사 권순우 연구원은 "최근 수요 둔화를 감안하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대수 대비 생산대수 비중은 53%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경쟁사 대비 낮은 현지화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증시 내 수급 상황은 긍정적이다. 현대차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이 지난달 말부터 동반 '사자'에 나서고 있으며 기관은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수 중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전날까지 단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샀다.

기아차에도 이들의 동반 매수세가 유입 중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15거래일 중 3거래일을 빼고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전날까지 나흘째 집중 매수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올 들어서 각각 15만원선과 4만원을 경계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 중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