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안무가 "셸 위 댄스"
가방에서 작은 로봇이 나온다. ‘나오’란 이름의 이 로봇은 갑자기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몸통은 아기처럼 작지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인간 무용수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 18일 개막한 무용 공연 ‘로봇’(사진)이다. 서울 청계천로 셀스테이지에서 22일까지 열리는 이 공연에는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주제로 다양한 몸짓을 선보이며 무대를 사로잡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스페인 출신 무용수 겸 안무가 블랑카 리의 작품이다. 2013년 프랑스 초연 이후 미국 일본 등 세계 60개 국가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태블릿PC로 조종하는 이 로봇은 다른 로봇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 무용 공연 무대에까지 올랐다. 이 공연의 음악도 로봇이 책임진다. 일본 공연예술단 ‘메이와 덴키’가 제작한 ‘덴키’ 로봇들이다. 덴키 로봇으로 구성된 기계악단은 공연 내내 다양한 곡을 들려준다.

다소 아쉬움도 남는 무대였다. 시도는 신선하지만 아직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무대까진 펼치지 못했다. 로봇에 철저하게 맞춰진 무용수의 동작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로봇 무용 공연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