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100세 시대와 결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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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호 < 조달청장 yhchung@korea.kr >
![[한경에세이] 100세 시대와 결혼제도](https://img.hankyung.com/photo/201701/AA.13097923.1.jpg)
흔히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한다. 세속적으로 따진다면 누구나 결혼을 통해 덕 좀 보겠다는 마음이 있게 마련인데 두 사람이 동시에 덕을 볼 수는 없는 법이라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후회의 싹이 잉태된다. 법구경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든 미움이 생기든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기 마련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들어보면 기성세대와는 천양지차다.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10여년 전에 펴낸 《21세기 사전》에서 이미 일부일처에 근거한 현재의 결혼제도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2030년이 되면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결혼 풍습에 대해 연구한 미국 인류학자 헬렌 피셔도 “과거 1만년 기간보다 최근 100년간 결혼 관습이 더 많이 변화했다”며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극적일 것임을 시사했다.
100세 시대에는 최소한 새로운 부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새 출발이 필요해 보인다. 결혼생활의 본질은 서로 다름에서 출발해 상생의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덕 보려는 생각보다는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는 마음으로 출발해야 한다. 필자는 리마인드 결혼식을 통해 앞으로 우리 부부가 지켜나가야 할 공통된 삶의 가치, 집안일을 처리하는 원칙을 새로 정리했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도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결심했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결혼은 사랑의 시작이다. 결혼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신혼시절의 초심을 되새겨 본다.
정양호 < 조달청장 yhchung@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