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R&D 투자,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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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D, 국산화에 과도한 집착
국제적 연계성도 OECD 최하위
단기적 유행만 좇아서는 안돼"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hdyang@ewha.ac.kr >
국제적 연계성도 OECD 최하위
단기적 유행만 좇아서는 안돼"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hdyang@ewha.ac.kr >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릴 만큼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억할 것이다. 첫 대국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은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승리로 허무하게 끝났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난 며칠 뒤 필자는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정부가 이른바 ‘한국형 알파고’를 국가 차원에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출자해 참여하는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접하면서 필자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비슷한 선례가 있었던 탓이다. 지난여름 세계적으로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 광풍이 불자 정부는 ‘한국형 포켓몬 고’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나,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엔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가 인기를 끌자 정부가 부랴부랴 휴대용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명텐도’라는 제품을 내놓은 사례가 그랬다. 씁쓸한 기억은 반복적으로 오버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OECD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한국은 고립된 혁신의 나라이며, 국산화와 한국형에 집착하는 R&D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OECD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2014년 GDP의 4.29%를 R&D에 투자하는, 세계에서 가장 R&D 집약도가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R&D 정책이 국산화와 한국형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개발한 기술을 폐쇄 조직 내에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 국제적 연계성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라고 꼬집었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미국은 어떨까. 미국 국립과학공학통계센터(NCSES)의 기업 R&D 투자현황을 보면 민간기업들의 R&D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연방정부를 통한 R&D 지원은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현황에 따르면 기업의 R&D 투자는 매년 5.8%씩 증가하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투자는 매년 5.3%씩 감소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 기업의 R&D 투자는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IBM이 70년 전에 설립한 IBM리서치가 꾸준한 R&D를 통해 현재의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례는 반짝성 R&D에 그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IBM리처치는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 해결을 위해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스모그 예측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있다. 세계 3000여명의 R&D 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에 매진, 22년간 특허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최근 발표된 일본 과학자의 3년 연속 노벨상 수상 소식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수준을 넘어 우리가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이 하나도 없는 데 반해 일본은 벌써 25번째 노벨상이다. 이럴 때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R&D에 몇십억, 몇백억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곤 하지만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노벨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가수 양희은의 노래 중에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이 가사처럼 우리는 숲 속에서 머물지 않고 숲을 나와야 한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당장 유행하는 기술을 좇을 게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R&D가 특히 그렇다. 숲에서 나와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하는 이유다.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hdyang@ewha.ac.kr >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난 며칠 뒤 필자는 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정부가 이른바 ‘한국형 알파고’를 국가 차원에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출자해 참여하는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접하면서 필자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비슷한 선례가 있었던 탓이다. 지난여름 세계적으로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 광풍이 불자 정부는 ‘한국형 포켓몬 고’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나,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엔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가 인기를 끌자 정부가 부랴부랴 휴대용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명텐도’라는 제품을 내놓은 사례가 그랬다. 씁쓸한 기억은 반복적으로 오버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OECD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한국은 고립된 혁신의 나라이며, 국산화와 한국형에 집착하는 R&D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OECD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2014년 GDP의 4.29%를 R&D에 투자하는, 세계에서 가장 R&D 집약도가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R&D 정책이 국산화와 한국형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개발한 기술을 폐쇄 조직 내에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 국제적 연계성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라고 꼬집었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미국은 어떨까. 미국 국립과학공학통계센터(NCSES)의 기업 R&D 투자현황을 보면 민간기업들의 R&D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연방정부를 통한 R&D 지원은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현황에 따르면 기업의 R&D 투자는 매년 5.8%씩 증가하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투자는 매년 5.3%씩 감소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 기업의 R&D 투자는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IBM이 70년 전에 설립한 IBM리서치가 꾸준한 R&D를 통해 현재의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례는 반짝성 R&D에 그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IBM리처치는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 해결을 위해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스모그 예측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있다. 세계 3000여명의 R&D 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에 매진, 22년간 특허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최근 발표된 일본 과학자의 3년 연속 노벨상 수상 소식은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수준을 넘어 우리가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이 하나도 없는 데 반해 일본은 벌써 25번째 노벨상이다. 이럴 때마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R&D에 몇십억, 몇백억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곤 하지만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노벨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가수 양희은의 노래 중에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이 가사처럼 우리는 숲 속에서 머물지 않고 숲을 나와야 한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당장 유행하는 기술을 좇을 게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R&D가 특히 그렇다. 숲에서 나와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하는 이유다.
양희동 <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hdyang@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