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두고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보다 강화된 GMO 표시 개정안이 다음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함량이나 비율에 상관없이 유전자 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면 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최종 식품에 표시하도록 한 법안이다.

[여론광장] 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란

그러나 식품의 안전성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 공개의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소비자 알 권리를 주장하는 측은 예외 없는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한다. 이들은 GMO의 표시는 원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 식품표시를 모두 원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유독 GMO만 최종 상품을 기준으로 하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원료가 GMO라 하더라도 최종산물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GMO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표시제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자칫 소비자의 불안감을 조장해 과학적으로 개발한 GMO 식품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 전 세계 GMO 농산물 수입국 1위다. GMO 소비자가 줄면 관련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정안은 산업적 상황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적절히 반영한 절충안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 찬성

최종상품 기준으로 하면 불신만 키워찬성포인트

김 은 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농진청 유전자변형농산물 심사위원 △ 국립수산과학원 유전자변형 수산물 심사위원 △ 전 세계유기농운동연맹 한국조직위원회 자문위원
김 은 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농진청 유전자변형농산물 심사위원 △ 국립수산과학원 유전자변형 수산물 심사위원 △ 전 세계유기농운동연맹 한국조직위원회 자문위원
상품에 표시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알권리 또는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즉, 표시를 통한 정보제공이 소비자에게는 가장 손쉬운 상품 취사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먹을거리는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표시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GMO 표시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문제제기가 많았던 이유도 표시에 예외가 많아 정보제공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민의 지속적인 개정 요구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정을 몇 번 시도했으나 매번 업계 의견에 밀려 무산돼왔다. 이 문제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제19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고 그 성과인 개정안 시행이 오는 2월4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표시제도에 불만이 많다. 왜 그럴까?

[여론광장] 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란
소비자들이 원하는 완전표시제의 핵심은 원료를 기준으로 표시하라는 것이었다. 식품표시가 모두 원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GMO만 유독 최종상품을 기준으로 한다. 원료가 GMO라 하더라도 최종 산물에서 그것을 검출하지 못하면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GMO 표시가 없으면 원료가 GMO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그렇지 않다는 사실로 인해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그 결과 원료가 외국산이면 GMO가 아닌 것까지도 GMO로 의심받는다. 식품업계는 이를 억울해하거나 소비자들이 무지하다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의심은 표시제도가 원료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많은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예외는 이번 개정에서도 여전히 예외로 남아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원료를 기준으로 표시하면 소비자의 오해도 없을 것이고 식품업계가 억울할 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GMO 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가장 많은 GMO를 생산하면서도 표시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던 미국에서조차 표시제도가 시행되는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나라마다 표시제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표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의 종류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알고자 하는 정보가 무엇인가를 알고 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유럽연합(EU)의 표시제를 거듭 언급하는 것은 EU의 표시제도가 거의 유일하게 원료를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 소비자들도 그런 원료 기준의 표시제도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식약처나 식품업계는 매번 이런 요구에 몇 가지 핑계를 대며 문제를 삼아왔다. 우선 식량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GMO를 빼고 나면 수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미 안전성평가 및 심사를 통해 안전하다고 승인까지 받았는데 굳이 표시해야 하느냐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표시제도는 GMO를 수입하고 안하고를 문제 삼거나, 안전하느냐의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해서 먹을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원료에 대해 표시하라는 것이다.

식품표시가 원산지에서부터 영양, 성분정보까지 다양한 것은 소비자들은 다양한 기준으로 식품을 취사선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레르기가 있으면 알레르기 정보가 중요하고, 국산 원료를 원하는 사람에겐 원산지 정보가 중요하고, 친환경을 원하는 이에겐 친환경정보가 중요하다. GMO 표시가 중요한 것도 같은 이유다.

■ 반대

가공식품 원가상승 부추겨 결국 소비자 손해반대 포인트

하 상 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
△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 △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전문위원
하 상 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 △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 △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 국무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전문위원
때아닌 GMO 식품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GMO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57개국이 법적으로 허용해 먹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이전까지의 ‘먹지 말자’는 안전성 논란이 아니라 ‘알고 먹자’는 ‘표시’ 문제다.

우리나라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등 5개 농산물만을 GMO로 허용하고 있는데 식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가 주된 논란거리다. 밀가루와 쌀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곡물들은 주식(主食)이라 GMO를 허용한 나라가 아직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단체에서 줄기차게 건의해온 대로 5순위까지의 원재료에만 ‘GMO 표시’를 하던 것을 모든 성분으로 확대하라는 요구를 반영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올 2월부터 시행된다. “식용유, 전분당 등은 GMO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산업계의 요구도 함께 반영돼 현실적인 적절한 절충안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과 생산자·시민단체는 그 어떤 예외도 용납하지 않는 ‘GMO 완전표시제’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명분이 있다. 더구나 GMO 개발국인 미국의 표시제도도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GMO에 가장 관대하고 자율표시제를 운영하던 미국에서마저 작년 7월 ‘GMO 완전표시제’ 법안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연방 법안이 최종 확정되면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GMO 표시를 의무화했던 ‘버몬트 GMO법’이 무력화돼 미국 내 모든 식품제조사는 ‘GMO 함유식품’을 의무 표시해야 한다.

[여론광장] 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란
현재 우리나라에서 GMO에 대한 ‘과학적 판단’은 ‘안전하다’이지만, 소비자의 ‘사회적 판단’은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GMO의 완전표시를 원하고 있고, 구매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법학자들도 “식품표시제도의 입법 취지를 살리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행 GMO 표시제를 개선해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GMO 완전표시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뿌리 깊은 ‘GMO 안전성 논란’이 깔려 있다. GMO를 표시하는 순간 비(非)GMO로 이익을 보려는 사람이 끊임없이 GMO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흠집을 낼 것이 자명하다.

‘GMO 완전표시제’는 소비자의 권리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여건과 소비자의 GMO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볼 때 지금이 시행할 적기인가에 대해서는 ‘노(No)’라고 생각한다. GMO는 현재까지의 과학적 검증으로 볼 때 안전하며, 단백질인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은 기름이나 당에는 표시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GMO 대 비GMO’를 ‘일반식품 대 프리미엄식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독(毒) 대 음식(飮食)’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GMO 표시의 전면 확대는 식품산업에 비GMO 사용을 부추기고, 이는 가공식품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만 손해보는 악순환을 유발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논란의 핵인 콩과 옥수수의 자급률이 각각 11%, 0.8%에 불과한 우리 현실에서 이를 모두 비GMO로 대체한다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GMO 함유 식품’이 비록 가격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면,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기엔 시장의 준비가 덜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