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카메라 시장 진출한 후지필름 이다 토시히사 사장
"미러리스 제품 5년간 성장 예상…한국 시장은 양보다 질"


"카메라 시장의 미래는 혁신에 달려있습니다. 혁신이 없다면 오래된 유물로 남을 뿐입니다."

후지필름에서 카메라 사업을 총괄하는 이다 토시히사(飯田年久) 광학기기ㆍ전자영상사업부 총괄이 시장을 전망하며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혁신(innovation)'이었다.

필름 산업이 쇠퇴하던 2000년대 중반 후지필름이 '제2의 창업'을 통해 위기를 벗어난 것처럼 디지털카메라 시장 역시 "지금껏 없었던 제품을 통해 혁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법인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의 사장을 겸하는 그는 지난 20일 일본 교토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콤팩트 카메라(일명 '똑딱이')가 스마트폰에 밀린 이유도 스마트폰보다 진화가 더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이 나오고 10년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습니다. 라이카가 35㎜ 필름 규격을 만든 지 100년, 일안반사식카메라(SLR)가 탄생한 지 70년이 됐지만, 카메라 제조사들은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은 2000년대 초반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름 사업의 비중을 과감히 줄이면서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 기존 35㎜ 대신 새로운 이미지 센서 규격(APS-C)의 미러리스(mirror less) 카메라로 눈을 돌렸다.

이다 사장은 "우리는 과격하게 말하면 (35㎜ 규격 제품을 안 만들어) 지킬 것이 없다"며 "구속당할 게 없어 훨씬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체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내부에 반사 거울이 없어 무게가 가볍고, 사용이 편하다.

초점 시간이 길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초점 속도를 높인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다 사장은 "미러리스는 센서와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 성능이 계속 좋아지고 있어 혁신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앞으로 5년간 미러리스 카메라의 진화가 이어지면서 수요도 꾸준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의 미러리스 시장은 지난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가 2015년 3월 이후 더는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체 시장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시장에서 소니와 캐논에 밀리고 있는 후지필름은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다 토시히사 사장은 "양보다 질"이라며 "단순히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핵심 사용자층을 만들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카메라 업계는 최근 후지필름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지난 19일 교토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중형 카메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 크기에 따라 소·중·대형으로 구분한다.

후지필름이 주력해온 APS-C는 35㎜ 규격과 마찬가지로 소형으로 분류된다.

이미지 센서가 크면 연속 촬영 속도가 느린 대신 사진을 확대해도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다.

19일 공개된 후지필름의 GFX 50S는 중형 이미지 센서를 채택한 미러리스 카메라로, 기존 제품보다 작고 가벼우며 저렴하다.

이다 토시히사 사장은 "새로운 중형 카메라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카메라 시장의 활성화는 후지필름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스마트폰은 이미지를 공유하는 허브"라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보내는 기능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카메라를 스마트폰의 액세서리로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토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