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년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 전북 익산은 외부 갭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난해 아파트값이 2% 가까이 올랐다. 익산 시내 주택지역 전경. 윤아영 기자
2015~2016년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 전북 익산은 외부 갭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난해 아파트값이 2% 가까이 올랐다. 익산 시내 주택지역 전경. 윤아영 기자
2014년과 2015년 각각 2% 이상 하락했던 전남 순천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2.57% 뛰었다. 작년 수도권 집값 상승률에 못 미치지만 충북(-2.16%), 충남(-1.98%), 경북(-3.92%), 경남(-0.87%) 등 다른 지방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순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5456건으로 2년 전에 비해 81% 늘었다.

순천을 비롯해 전남 여수, 전북 익산 등 호남권 주요 중견 도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집값이 수도권과 영남권 대도시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에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90%에 이르자 적은 자기자금으로 집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 투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순천 아파트거래 81% ↑…'갭 투자' 몰리는 호남 주택시장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남에서 지난해 다른 지역 갭 투자자가 대거 몰린 곳 중 하나는 순천이다. 부산, 창원 등 영남권 투자자까지 가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순천 명문학군 거주지로 꼽히는 금당지구 우미2차 전용 49㎡는 작년 4분기 평균 매매가격(9500만원)과 전세가격(9000만원) 차이가 5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전세가율이 치솟으면서 갭 투자자 발길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는 “순천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요즘 주택 매물을 찾기 어려워졌고 대기 수요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익산도 비슷한 모습이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0.78%와 0.65% 하락했던 이곳 아파트값은 지난해 1.92% 상승했다. 2014년 4220건이던 주택 거래도 지난해 4885건으로 15% 늘어났다. 익산의 지난해 신규 입주 아파트는 63가구에 불과했으며 올해 입주 예정 민간 아파트 물량은 ‘제로(0)’다. 유일한 입주단지는 오는 1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화지구에서 공급하는 청년층 임대주택(행복주택·612가구) 정도다. 올해 신규 분양도 라온건설의 한 개 단지(371가구)뿐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익산 아파트의 80%가량이 입주한 지 10년 이상 됐다”고 말했다.

여수도 지난해 집값 상승폭(1.76%)을 키우며 최근 2년 새 주택 거래량이 31% 늘었다. 전세가율 90% 이상인 아파트가 많은 군산도 지난해 갭 투자가 성행한 곳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호남 중견 도시의 중소형 아파트값이 1억~2억원대여서 1000만원 내외의 자기자금만 있어도 주택 매입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주택시장 호황기였던 지난해 갭 투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파트 전체 가구수 및 거래량이 적은 지방 도시에서 갭 투자자가 향후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 수도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2년간 6000가구 이상 새 아파트 입주가 대기 중인 군산이 대표적이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저자인 김유라 씨는 “군산 전세가율이 높은 것은 임차인들이 새 아파트로 가려고 기존 아파트를 사지 않고 전세로 살기 때문”이라며 “입주 물량이 늘면 전세입자를 찾지 못해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산=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