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X50S
GFX50S
스마트폰 영향으로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후지필름이 디지털카메라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최근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8종의 카메라와 렌즈 신제품을 쏟아냈다. ‘카메라는 부침이 있어도 사진은 영원하다’는 게 카메라에 대해 후지필름이 내린 오랜 고민의 결론이었다. 이다 도시히사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사장은 “카메라산업은 너무 오랫동안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며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선보여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두 달 동안 8종 출시

X100F
X100F
2000년대 중반 정점에 달했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2010년 이후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다. 2010년 1억2146만대에 달하던 세계 카메라 시장(판매 대수 기준)은 2015년에는 3500만대로 줄었다. 2010년 이후 불과 5년 만에 시장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후지필름은 지난 19일 일본 교토에서 글로벌 콘퍼런스를 열고 카메라 3종, 렌즈 1종 등 총 4종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1월 초에는 2종의 신작을 출시한 바 있다. 작년 말에는 카메라 입문자를 위한 2종의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 달 동안 새롭게 내놓은 제품이 8종에 달한다.

X-T2그라파이트
X-T2그라파이트
최근 후지필름의 행보가 눈길을 끈 것은 필름 시장의 구조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필름 제조업체이자 70여년간 필름을 생산해온 후지필름은 2006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필름 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화장품, 의료 기기, 전자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디지털카메라가 확산되면서 필름 매출이 급락하는 등 시장 환경이 크게 변하자 회사 구조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후지필름은 오히려 카메라 사업을 강화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회장은 “많은 사람이 카메라에 미래가 있느냐고 묻지만 우린 사진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러리스로 카메라 혁신 가능

침체된 카메라 시장에서 후지필름은 미러리스 분야에 주목했다. 유일하게 매년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디지털일안반사식)과 달리 본체에 거울이 장착돼 있지 않아 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DSLR의 화질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었으나 후지필름은 ‘GFX50S’를 출시하면서 이런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미지 센서를 키우고 프로세서를 강화했다.

GFX 50S는 5140만화소의 이미지 센서와 화상처리 엔진 ‘X-Processor Pro’를 탑재했다. 풀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탈착이 가능한 369만화소의 OLED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탑재했지만 무게는 기존 DSLR의 60%에 불과하다.
X-T20
X-T20
함께 공개된 후지필름 X-T20은 사진 및 비디오 촬영에 이상적인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다. 다이얼에 동영상 촬영 모드를 추가해 사진 촬영에서 동영상 모드로 즉시 전환해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후지필름 X100F는 2430만화소의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일명 똑딱이)다. X100 시리즈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매번 출시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제품이다. 임훈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부사장은 “미러리스 분야는 무게를 더 줄이고 사진 품질을 높이는 등 혁신이 가능한 분야”라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술’ 자신감 밑바탕

후지필름이 침체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이유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1934년 필름 및 사진 전문기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디지털카메라 핵심인 이미지 센서와 프로세서, 렌즈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글로벌 회사 중 하나다. 특히 오랜 필름사업 경험이 축적돼 사진을 재현하고 화질을 높이는 데 장점이 있다. 최근 후지필름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기능을 개발해 아날로그 필름의 색감을 디지털로 구현해내고 있다. 이다 사장은 “그동안의 기술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러리스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