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내수시장 위축과 비용 증가 등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212억원과 매출 24조5380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2015년 동기와 비교할 때 각각 32.6%, 0.9% 감소한 수치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자동차 시장 성장세 둔화에 따른 판촉 경쟁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장기간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가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으로 2015년 대비 18.3%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매출은 93조6490억원을 거둬 1.8% 상승했다.

4분기 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판매보증충당금은 차량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무료 정비 등의 비용을 현지 통화로 마련해둔 것이다.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60.5원으로 2015년(1131.0원)보다 2.6% 가량 상승했다. 환율 상승은 수익성 개선 요인이나, 판매보증충당금을 계산하는 기말에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지출이 커졌다. 이에 지난해 관련 비용 지출은 12조49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다만 매출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올해 새로운 SUV와 제네시스 브랜드 G70 출시 등으로 실적 부진을 떨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에는 개발을 마친 새로운 소형 SUV OS(프로젝트명)를 선보여 투싼과 산타페, 맥스크루즈로 이어지는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 또 상품성을 강화한 쏘나타와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측은 "판매 성장을 위해 여러가지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며 "지역에 특화된 차종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를 앞세워 성장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등 경쟁 차종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까지 320km 이상을 주행하는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0년까지 14종의 친환경차를 도입해 라인업을 확대하고, 차종간 부품 공유를 통한 다차급·다차종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 신차와 개조차 출시 등으로 판매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공장의 산타페 생산량을 6만5000대로 늘리고,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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