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의 경기 체감지수가 1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한국은행)

“기업들의 다음달 경기 전망지수가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들이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조사기관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은 조사에서는 올 들어 기업 체감 경기가 눈에 띄게 개선된 반면 전경련 조사에선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가중치 부여 여부, 설문 방식 차이 등이 엇갈린 통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전경련 '180도 확 다른' 경기전망
◆기관마다 다른 BSI

한은이 26일 발표한 1월 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작년 12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로 기준치(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이 전국 3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황 BSI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71~72를 맴돌며 지지부진한 상태를 지속하다 이달 들어 깜짝 개선됐다. 2015년 4월(80)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경련이 지난달 중순 6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월 실적 BSI는 89.2로 전달(91.1)보다 오히려 1.9포인트 하락했다.

두 조사기관의 다음달 전망 BSI도 정반대다. 한은이 조사한 제조업 2월 전망 BSI는 76으로 작년 12월에 조사한 1월 전망치(71)보다 5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전경련 2월 전망치는 87.7로 전달보다 2.2포인트 떨어져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 가중치 서로 달라

이달 두 기관의 BSI 결과가 상반되게 나타난 것은 두 기관의 BSI 산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두 기관 모두 현재 경기 수준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 긍정적으로 답한 업체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지수로 나타낸다. 하지만 한은은 업종별 국내총생산(GDP) 가중치를 두고 최종 수치를 산출한다. 예를 들어 A업종과 B업종의 GDP 기여 비중이 각각 30%, 60%라면 A업종의 BSI 조사 결과에 0.3을, B업종 결과엔 0.6을 곱하는 식이다. 하세호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수출이 늘어난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의 GDP 가중치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자 장비는 가중치가 9%, 기타 기기장비는 4%에 달했다. 하 과장은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2로 8포인트 올랐고 기타기계·장비도 78로 14포인트 급등하는 등 주로 반도체 생산 장비 관련 업체들의 업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업종별 가중치는 따로 두지 않고 업체별 매출 가중치만 적용한다.

설문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업황 수준을 ‘좋음, 보통, 나쁨’ 등 세 항목으로 묻는 방식은 같지만 전경련은 ‘전달’에 비해 이달 상황이 상대적으로 어떤지를 질문한다. 반면 한은은 절대적 수준이 어떤지를 물어 비교 대상 없는 직관적 대답을 도출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달보다 조금만 상황이 나빠져도 ‘보통’보다는 ‘나쁨’으로 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표본도 다르다. 1월 한은은 제조업 1751개, 비제조업 1095개 등 2846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을 받았다. 이 중 절반은 중소기업이다. 전경련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산출 방식 등의 차이로 이달 결과가 상반되게 나왔지만 두 기관 수치 모두 수개월째 기준치 100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같다”며 “성장성 하락이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