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그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0.4%(전기 대비)로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7%로 집계됐다. 언론의 해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부정적 시각이 주종을 이뤘다. ‘성장률 2.7% 그쳐, 4분기는 0.4%로 곤두박질’ ‘2년 연속 2%대 성장’ ‘5분기 연속 0%대 성장’ 같은 게 대표적이다. 3분기(0.6%)보다 성장률이 낮아졌고 연간 성장률이 2015년(2.6%)에 이어 2%대에 머물렀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하지만 4분기 통계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설비투자가 6.3%나 증가하며 2012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수출은 감소세가 급격히 축소돼 4분기에는 -0.1%를 기록, 거의 보합수준까지 회복됐다. 제조업 생산은 4분기 1.8% 늘어 전기(-0.9%) 부진에서 벗어났다.

경기지표에는 긍정적·부정적인 것이 혼재돼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가급적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고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사회 분위기는 ‘경제가 최악’이라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다 보니 통계를 인용할 때도 부정적 시각에 맞는 것만 선별해 입맛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0.4%라는 4분기 성장률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0% 혹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3%대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2015년보다는 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최근 주가는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며 연일 상승세다. 탄핵사태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은 그대로다.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 실적은 사상 최고치였고 세금은 너무도 잘 걷힌다. 지나친 긍정론도 경계해야겠지만 과도한 비관론 역시 금물이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