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언론 첫 단독인터뷰 왜 정규재tv였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정규재tv’와 한 단독 인터뷰가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권, 일반시민, 네티즌 사이에서 단연 최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육성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자 야당 측은 “대통령이 보수 논객을 불러 자기를 방 어하는 논리만 일방적으로 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에서부터 정 주필의 ‘돌직구 질문’, 메모지 없이 한 시간을 이어간 박 대통령 모습에 이르기까지 궁금증들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왜 KBS 등 유력 방송사가 아니라 인터넷방송 정규재tv를 선택했나? ‘정윤회 씨와 밀회를 했느냐’고 까칠한 질문을 쏟아낸 정 주필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출연 문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 개입 여부 등에 관한 질문은 왜 하지 않았을까?

왜 정규재TV였나?

박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26일 “여러 곳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정규재tv가 가장 공정하게 보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했다. 탄핵 후 첫 언론과의 접촉이었다. 그때 야당은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참모들을 대동하고 기자단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측 관계자는 “위법 논란을 해소하는 한편 각 언론사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해석을 하거나 왜곡된 편집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규재tv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주필은 “박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 같다. 줄거리를 짜놓고 만들어 가거나 특정 부분만 잡아 침소봉대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보도를 해줄 수 있고, 정치적 해석이 가장 덜한 곳이 정규재tv로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주필은 국민경제자문위원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해 박 대통령에게 노동개혁 후퇴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등 박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정규재tv의 경제 강의를 간간이 시청하고 정 주필 칼럼도 자주 읽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피스자유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피스자유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왜 뇌물 혐의 질문 없었나?

이번 인터뷰에서 기업 출연금 강요와 뇌물죄 관련 혐의에 관한 내용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 주필은 “인터뷰 요청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 재판 진행 사안에 대해선 답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내가 그걸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나도 그 부분이 아쉽다”고 밝힌 정 주필은 “그 외 분야에 대해서는 묻는 말에 다 답한다는 조건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정 주필은 “대통령의 지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많은데 인정하시냐”는 돌직구까지 날렸다. 박 대통령은 까칠한 질문에 애써 웃음을 띠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또 한 시간여 동안 메모지 없이 즉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 주필은 “2015년 청와대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참석했을 때 박 대통령이 콘티(conti) 없이 일곱 시간 회의를 끌고 간 것을 지켜봤다”며 “언론들이 박 대통령을 무뇌아인 것처럼 만들어 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나온 대선주자들과 비교하면 국정에 대한 이해도와 지력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26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은 반드시 2월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회원들이 26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은 반드시 2월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왜 오후 8시에 공개했나?

방송에 비친 박 대통령 얼굴은 탄핵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장기가 좀 덜했고, 얼굴에 핏기가 줄었다. 정 주필은 “한마디로 위축된 모습이었다”며 “무차별로 난타당하고 탄핵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자책감이 대통령을 위축시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뷰는 오후 3시30분에서 4시30분까지 이뤄졌고 5시께 청와대를 나섰다. 방송을 왜 오후 8시부터 내보냈느냐는 질문에 정 주필은 “우리는 아마추어 PD 한 명뿐이다. 네 대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하나로 이어붙이는 작업 등에 당연히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