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 누구에게 맡기겠습니까
대선주자들이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설 민심이 대선판도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주자들은 설 밥상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3월13일 전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해 헌재의 탄핵 인용 시 4월 말 또는 5월 초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경선 룰을 정한 더불어민주당은 26일부터 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대선주자 간 합종연횡을 위한 접촉도 본격화하고 있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대선을 앞두고 4당 체제가 형성되면서 개헌 등을 매개로 ‘제3지대론’ ‘빅텐트론’ ‘중도보수대연합론’ 등 다양한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양자 대결이냐, 다자 대결 구도가 되느냐에 따라 대선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각 주자의 물밑 셈법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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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후부터 제3지대 후보 단일화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며, 이르면 2월 말까지 결론을 내고 3월엔 당별로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4월엔 각당 대선 후보의 공식 선거전이 펼쳐진다. 물론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대선은 당초 예정된 12월20일에 치러진다.

지금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거나 직간접적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20여명이다. 대선구도는 ‘문재인 대세론’이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교체론’이냐, 50대 주자들의 ‘뒤집기론’이냐로 좁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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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과 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지율 상위 11명의 평균 나이는 60.36세였다. 1629억2792만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재산을 뺀 나머지 10명의 평균 재산은 16억7190만원이었다.

11명 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 전 총장, 안 전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 6명은 병역을 마쳤으며 나머지는 시국사범 등으로 면제받았다.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전과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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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설 연휴 직후 경제분야를 비롯한 공약을 본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정책 이슈를 선점해 대선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지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 방안보다는 표를 겨냥한 좌클릭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업규제와 복지, 분배, 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정의와 공정을 경제분야 공약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4대 재벌개혁안’을 내놨다.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해 대주주를 견제하고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강화, 다자녀 국가책임제 등 공약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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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재벌 개혁’을 화두로 제시한 반 전 총장은 ‘따뜻한 시장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재벌이 모든 걸 통제하니 중소기업이 살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폭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이 상당히 신이 나서 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같은 것도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을 재벌가문에서 분리해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시장은 미국 범죄집단을 단죄하기 위해 도입한 ‘리코법’을 국내 기업에 적용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또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전 국민의 절반이 넘는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전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만들어 대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대기업지배 구조에 대한 통제 강화, 부당이득 환수 등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등도 약속했다. 안 지사는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금산(금융·산업) 분리 및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을 내놨다.

유 의원은 26일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용감한 개혁’이라는 제목의 출마선언문에서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은 그 뿌리를 뽑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재벌이 불공정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육아휴직 3년 의무화와 휴직급여 상한선을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약도 내놨다. 손 전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근절, 순환출자 금지, 노동자 경영 참여 보장 등을 공언했다. 김부겸 의원은 대·중소기업 공존을 통한 경제성장을 제시했다.

남 지사는 “혁신과 도전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재벌 중심 경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부터 모병제 실시와 사병 월급 최대 94만원으로 인상 등을 약속했다.

야당 주자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등 각종 세율을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전 지사는 “(경제성장론) 핵심이 친기업이 아닌 것은 다 가짜”라며 “성장하자면서 법인세율을 올리자는 것은 이율배반적,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