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로 일하던 김지순 씨(42·가명)는 2013년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땄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수입이 줄어들자 떠오르는 중국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 하던 일본어 가이드를 다시 하고 있다. 김씨는 “중국어 가이드 수입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단체방문객 숫자가 감소해 불안감이 커진 지금은 일본어 가이드가 더 낫다”고 말했다.

○업계를 떠나는 중국어 가이드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1월27일~2월2일) 기간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 여행사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예약 실적은 전년에 비해 평균 20~30% 줄었다. 일부 업체는 60%나 감소했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차원에서 방한 단체관광객 감축과 전세기 불허 등의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수입이 감소한 중국어 가이드 중 일부는 다른 언어권으로 바꾸거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거주하는 화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홍콩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전년 대비 방한 관광객 성장률은 34.7%에 달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중국(34.8%)과 맞먹는다. 한 중국어 가이드는 “시장이 커지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어가 통하고 경제력을 갖춘 동남아 화교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어 가이드는 면세점과 호텔, 기념품점, 전문 통역이 필요한 의료관광 등으로 전업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중국인을 상대하던 고유 업무에서 이탈한 중국어 가이드가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이후 전체의 10% 이상 생겨났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로 직격탄 맞은 여행업계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중은 40%대에서 30% 미만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단체관광객이 줄면서 여행사들은 소속 가이드에게 일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A여행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치만 놓고 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춘제 기간 중국인 유치 인원이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인기 관광지인 제주도 역시 관광객 감소로 타격을 입고 있다. 호텔 중에는 평균 8만원 수준이던 객실을 30~40% 싼 5만원대에 주는 곳도 생겼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 기간에 제주를 찾는 중국인은 전년 대비 16.5% 줄어든 4만2880명으로 예상된다. 춘제 기간 중국발 정기편이 지난해보다 10.2%, 부정기편이 50%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여행사와 중국어 가이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춘제를 제외하면 겨울은 방한 관광시장의 비수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어드는 4월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여행업계가 입을 타격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B여행사 관계자는 “2월 중국 단체관광객 예약 실적도 전년 대비 30~40% 줄었다”며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영업 부진이 계속될 수 있어서 직원들의 무급휴가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개별관광객, 시장 다변화가 숙제

대안으로 여행업계는 ‘싼커’로 불리는 중국인 개별관광객 대상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개별관광객은 단체관광객과 달리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국을 찾고 있다. 일부 업체는 서울을 비롯해 강원, 전주 등으로 가는 일일 가이드 투어 상품 등을 내놓았다.

지나친 중국 시장 편중 해소는 한국 관광의 숙제로 떠올랐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3일 발표한 올해 ‘8대 핵심사업’에는 ‘방한시장 다변화’가 들어 있다. 공사는 2015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동남아 고성장 국가 7개국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추진하고, 17억 무슬림 시장 개척,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한 유럽·미주 시장 집중 홍보도 계획하고 있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인바운드 관광 시장의 균형 성장을 위해 방한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올해는 동남아 360만명, 무슬림 110만명, 구미주 250만명 등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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