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들려주는 '인생 처방전'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 씨가 쓴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은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무기력에 빠진 사람에게는 “당장 책을 덮고 나가서 걸으라”고 충고하고 직장인에게는 “직장·직업·자기 만족도를 구분해서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지난해 9월 나온 이 책은 지금까지 21만권이 팔려 인터파크의 이달 베스트셀러 자기계발 분야 1위에 올랐다.

윤씨는 “열심히 일한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삶의 방향 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의사에게서 처방전을 받듯 실천하기 쉽고 효과적인 자존감 회복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쓴 책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나온 책이 재출간된 것을 포함해 13권을 넘는다. 《자존감 수업》을 비롯해 신경외과 전문의 폴 칼라니티가 쓴 《숨결이 바람될 때》(흐름), 신경과 전문의 양창순 씨가 쓴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다산북스) 등은 이번 달 인터파크의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숨결이 바람될 때》는 12만권이 팔려 시·에세이 분야 6위를 기록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지난해 11월 재출간된 뒤에만 1만권 이상 팔려 자기계발 분야 10위에 올랐다.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이 가장 많다. 13권 중 7권이다. 평소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만큼 책의 소재가 될 만한 경험과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원인 진단과 해결책 제시가 명확한 것도 장점이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각자 유형에 따라 자기와 어울리는 사람을 가려 인간관계를 맺도록 하는 ‘건강한 까칠함’을 소개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책도 많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씨가 쓴 《만약은 없다》(문학동네)가 대표적이다. 남궁씨는 응급실에서 5년 동안 일하며 숱하게 많은 죽음을 봤다. 이를 바탕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애쓰는 응급실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지난해 7월 출간된 뒤 이 책은 2만부 이상 팔렸다.

송현주 인터파크 MD는 “의사가 쓴 책은 자기계발 분야에서 주로 나오다가 최근에는 시·에세이, 인문학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며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