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껌' '일하기 싫어증'…직장 스트레스 풀어주는 콘텐츠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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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애환 담은 상품 '사장껌', 광고 '불금에 야근' 인기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겠습니다' 등 관련서 잇단 출간
'김과장' '내성적인…' '자체발광 오피스'…드라마도 잇따라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겠습니다' 등 관련서 잇단 출간
'김과장' '내성적인…' '자체발광 오피스'…드라마도 잇따라
#1. 직장 상사가 인자한 미소를 띤 채 다가와 말한다. “어딜 가나 또라이 하나씩 있다는데 우리 부서는 그런 게 없네?” 부서원들은 활짝 웃으며 말한다. “하하(너야!).”
#2. 이번에는 화가 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가서 말한다. “보고서가 개판이네.” 부하 직원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답한다. “개처럼 일만 시키니까요. 확 물어버릴라.”
직장인의 애환을 그림으로 표현한 양경수 작가의 책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에 그림과 함께 나오는 이야기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콘텐츠가 출판, 방송, 식품업계 등에서 활발하게 상품화되고 있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는 ‘일하기 싫어증’으로, 상사 때문에 얻은 마음병은 ‘상사병’으로 표현하는 톡톡 튀는 재치가 특징이다. 평소 대놓고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담아낸 ‘사이다 콘텐츠’에 2030세대 직장인들이 공감하면서 기업이 이들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직장생활 애환도 상품이 되는 시대
시작은 양 작가의 ‘약치기 그림’이 인기를 끌면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는 상사를 때리며 “못 피했으니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그림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약치기는 그의 그림을 본 독자들이 힐링이 된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도무지 끝나지 않는 야근과 거래처의 갑질, 상사의 부당한 지시, 감정노동, 박봉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그의 그림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강력한 ‘처방전’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삼성물산 온라인 쇼핑몰 SSF샵, NH투자증권의 생활금융 플랫폼 서비스 모바일증권 나무 등과 협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 양 작가의 그림으로 패키지를 만든 ‘약치기빵’을 출시했다. 빵 봉지 안에는 그림이 담긴 스티커도 들어 있는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먹는 이는 대부분 성인이다. 식품업계에서도 관련 광고가 이어졌다.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은 배우 조정석 등을 모델로 ‘불금에 야근’ ‘아재개그에 물개박수’ ‘다 된 밥에 수저 얹기’ 등 직장생활 공감 CF를 제작했다. 홍삼은 ‘아재(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광고가 나간 뒤 직장인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며 “해당 상품 구매자 중 20~30대 비율이 28%로, 다른 제품 평균(17%)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식품에서는 ‘직장 상사를 몰래 씹어보자’는 의미에서 ‘사장껌’과 ‘부장껌’을 출시했다.
◆‘퇴사’ 책·‘직장 드라마’ 인기
문화계에서도 관련 콘텐츠에 관심이 뜨겁다. 출판계에서는 ‘퇴사’와 관련된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겠습니다》 《퇴사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계에서는 직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연이어 방영을 시작했다. 스테디셀러였던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 이어 KBS ‘김과장’, tvN ‘내성적인 보스’, MBC ‘자체발광 오피스’ 등이 주요 시간대에 방송 중이거나 방송될 예정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직장 내 로맨스를 주로 다루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tvN 드라마 ‘미생’을 계기로 직장생활의 현실적인 측면을 부각한 작품도 흥행할 수 있음이 입증되자 최근 현실감을 높인 직장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힌 속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 톡톡
이들 콘텐츠의 공통점은 직장인의 꽉 막힌 속을 뚫어주는 ‘사이다 콘텐츠’라는 것. “다 차려놓은 밥상에 날아와 숟가락만 올려놓는 그 사람” “불금만 되면 망부석이 되어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그 사람”(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 CF) 등 평소 상사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있어서다.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구절도 많다. “학생 때는 빨리 취업해서 돈 버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 내 꿈은 퇴사가 되어버렸다”가 대표적. 공감형 콘텐츠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진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도 크다. 이들 콘텐츠에 열광하는 건 2030세대만이 아니다. 김헌식 평론가는 “회사 내 계급구조에선 대부분이 윗사람에게 치이고 스트레스 받는 존재”라며 “직장 관련 콘텐츠가 2030세대뿐만 아니라 4050세대에게까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2. 이번에는 화가 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가서 말한다. “보고서가 개판이네.” 부하 직원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답한다. “개처럼 일만 시키니까요. 확 물어버릴라.”
직장인의 애환을 그림으로 표현한 양경수 작가의 책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에 그림과 함께 나오는 이야기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콘텐츠가 출판, 방송, 식품업계 등에서 활발하게 상품화되고 있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는 ‘일하기 싫어증’으로, 상사 때문에 얻은 마음병은 ‘상사병’으로 표현하는 톡톡 튀는 재치가 특징이다. 평소 대놓고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담아낸 ‘사이다 콘텐츠’에 2030세대 직장인들이 공감하면서 기업이 이들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직장생활 애환도 상품이 되는 시대
시작은 양 작가의 ‘약치기 그림’이 인기를 끌면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는 상사를 때리며 “못 피했으니 즐기세요!”라고 말하는 그림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약치기는 그의 그림을 본 독자들이 힐링이 된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도무지 끝나지 않는 야근과 거래처의 갑질, 상사의 부당한 지시, 감정노동, 박봉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그의 그림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강력한 ‘처방전’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삼성물산 온라인 쇼핑몰 SSF샵, NH투자증권의 생활금융 플랫폼 서비스 모바일증권 나무 등과 협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2월 양 작가의 그림으로 패키지를 만든 ‘약치기빵’을 출시했다. 빵 봉지 안에는 그림이 담긴 스티커도 들어 있는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먹는 이는 대부분 성인이다. 식품업계에서도 관련 광고가 이어졌다.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은 배우 조정석 등을 모델로 ‘불금에 야근’ ‘아재개그에 물개박수’ ‘다 된 밥에 수저 얹기’ 등 직장생활 공감 CF를 제작했다. 홍삼은 ‘아재(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광고가 나간 뒤 직장인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며 “해당 상품 구매자 중 20~30대 비율이 28%로, 다른 제품 평균(17%)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식품에서는 ‘직장 상사를 몰래 씹어보자’는 의미에서 ‘사장껌’과 ‘부장껌’을 출시했다.
◆‘퇴사’ 책·‘직장 드라마’ 인기
문화계에서도 관련 콘텐츠에 관심이 뜨겁다. 출판계에서는 ‘퇴사’와 관련된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회사가 싫어서》 《퇴사하겠습니다》 《퇴사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계에서는 직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연이어 방영을 시작했다. 스테디셀러였던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 이어 KBS ‘김과장’, tvN ‘내성적인 보스’, MBC ‘자체발광 오피스’ 등이 주요 시간대에 방송 중이거나 방송될 예정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직장 내 로맨스를 주로 다루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tvN 드라마 ‘미생’을 계기로 직장생활의 현실적인 측면을 부각한 작품도 흥행할 수 있음이 입증되자 최근 현실감을 높인 직장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힌 속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 톡톡
이들 콘텐츠의 공통점은 직장인의 꽉 막힌 속을 뚫어주는 ‘사이다 콘텐츠’라는 것. “다 차려놓은 밥상에 날아와 숟가락만 올려놓는 그 사람” “불금만 되면 망부석이 되어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그 사람”(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 CF) 등 평소 상사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있어서다.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구절도 많다. “학생 때는 빨리 취업해서 돈 버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 내 꿈은 퇴사가 되어버렸다”가 대표적. 공감형 콘텐츠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진다는 점에서 홍보 효과도 크다. 이들 콘텐츠에 열광하는 건 2030세대만이 아니다. 김헌식 평론가는 “회사 내 계급구조에선 대부분이 윗사람에게 치이고 스트레스 받는 존재”라며 “직장 관련 콘텐츠가 2030세대뿐만 아니라 4050세대에게까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