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와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한변리사회 회원들이 지난해 ‘변리사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 개정안 전면 철회 요구 집회’를 열었다. 한경DB
변호사업계와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한변리사회 회원들이 지난해 ‘변리사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 개정안 전면 철회 요구 집회’를 열었다. 한경DB
변호사 업계가 안팎의 악재로 연초부터 시끌하다. 변호사 배출인원 조정문제와 유사 업종 간 영역침해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오는 3월 파장을 예측할 수 없는 대미 법률시장 개방이 예정돼 있어서다.

‘영역갈등’은 뜨거운 감자다. 오는 27일 취임을 앞둔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협회장은 변호사 직역 수호를 연일 외치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대한변리사회가 먼저 선방을 날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변리사회는 변리사 영역 내 변호사의 역할을 강조해 온 김승열 전 대한특허변호사회장을 변리사회에서 제명했다. 특허변호사회 창립을 주도한 김 전 회장이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부정해 변리사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다. 변협은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의 갈등도 시간문제다. 김 협회장은 연 2000명 수준의 변호사 배출 인원을 연 1000명 이하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일부 로스쿨을 폐지하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로스쿨협의회 측은 “로스쿨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협회장은 더 나아가 “교육부가 갖고 있는 로스쿨의 설치 인가권과 관리·감독권을 변협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어 양측의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때아닌 사법시험 부활 움직임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소위원회는 사시 부활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심사 중이다. 일부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시 존치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협회장은 “이제 와서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깨고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업계가 내홍을 겪는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 시기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 법률시장을 3단계로 개방하는 것이 국내 법률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로펌인 클리어리고틀립이 올해 영국 로펌인 클리포드챈스에 이어 국내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외풍이 생각보다 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외국 로펌들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개방 수준이 높아지면 피 터지는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형 로펌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시장 개방 문제가 서초동까지 쓰나미처럼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에드윈 전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이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법률시장 개방을 앞둔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법률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끊임없이 강조해온 만큼 미국이 법률시장을 두고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