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꼬리내린 교육부…'단일 역사교과서'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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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 검정엔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정교과서 최종본 공개
760곳 수정·보완한 최종본
박정희 서술 분량 유지했지만 친일·새마을운동 비판은 늘려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도 제시…국·검정 혼용 체제 유지키로
진보 교육감들 "국정 안쓴다"
국정교과서 최종본 공개
760곳 수정·보완한 최종본
박정희 서술 분량 유지했지만 친일·새마을운동 비판은 늘려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도 제시…국·검정 혼용 체제 유지키로
진보 교육감들 "국정 안쓴다"
오는 3월부터 일부 시범학교(연구학교)에서 쓰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공개됐다. 내년 국정교과서와 함께 일선 학교에서 사용될 검정 역사교과서에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용어를 병기(倂記)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가 기존 입장에서 후퇴해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 체제를 유지하기로 확정하면서 ‘하나의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하겠다’는 단일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단일 교과서 포기”
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고등학교용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새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서술한 분량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현장검토본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친일파의 친일 행위에 관한 서술을 구체화하고 ‘제주 4·3사건’ 서술 등도 강화했다. 최종본은 현장검토본 대비 총 760곳이 수정·보완됐다. 주로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서술 중 ‘수요 시위’ 1000회를 기념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사실과 일본군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 집단 학살 사례를 새로 명시했다. 편찬심의위원 명단도 이날 공개했다.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이 편찬심의위원장을,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이 위원을 맡았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허용하며 국·검정 혼용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사실상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교육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존의 국정화 강행 방침에서 2018년 국·검정 혼용으로 일보후퇴했다. 검정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까지 허용한 것은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사관을 반영한 단일 역사교과서를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표현 자체는 중요치 않다”면서도 “하나의 교과서만 쓰겠다던 당초 취지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인정했다.
국정교과서 운명 불투명해
교육부는 올해는 국정교과서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모두 연구학교로 지정해 교과서를 보급하고 내년에는 국·검정교과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국정교과서가 내년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 경기 등 13개 진보성향 시·도교육감은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에 반발하며 연구학교 지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연구학교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교육청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 국정교과서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국정교과서 금지법이라 불리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도 변수다. 역사 교과에 한해 국정교과서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난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검정교과서 개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기존 집필진이 잇따라 검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고등학교용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과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 사용할 새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서술한 분량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현장검토본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친일파의 친일 행위에 관한 서술을 구체화하고 ‘제주 4·3사건’ 서술 등도 강화했다. 최종본은 현장검토본 대비 총 760곳이 수정·보완됐다. 주로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서술 중 ‘수요 시위’ 1000회를 기념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사실과 일본군에 의한 일본군 위안부 집단 학살 사례를 새로 명시했다. 편찬심의위원 명단도 이날 공개했다.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이 편찬심의위원장을,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이 위원을 맡았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허용하며 국·검정 혼용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사실상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교육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존의 국정화 강행 방침에서 2018년 국·검정 혼용으로 일보후퇴했다. 검정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까지 허용한 것은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사관을 반영한 단일 역사교과서를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표현 자체는 중요치 않다”면서도 “하나의 교과서만 쓰겠다던 당초 취지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인정했다.
국정교과서 운명 불투명해
교육부는 올해는 국정교과서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모두 연구학교로 지정해 교과서를 보급하고 내년에는 국·검정교과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국정교과서가 내년까지 존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 경기 등 13개 진보성향 시·도교육감은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에 반발하며 연구학교 지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연구학교 지정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교육청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서 국정교과서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국정교과서 금지법이라 불리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도 변수다. 역사 교과에 한해 국정교과서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난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검정교과서 개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기존 집필진이 잇따라 검정교과서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