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매우 낯설어합니다. ‘그저 싸움 말리는 직업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많아요. 사실 그 말도 맞습니다. 다만 ‘싸움’의 차원이 전혀 다를 뿐이죠.”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55·사진)는 “중재제도는 흔히 ‘대체적 분쟁해결절차(ADR)’라고 불리는데, 3심제인 법원 소송과 달리 단심제”며 “민사 관련 국제분쟁 발생 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대다수 기업이 ADR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대한중재인협회(회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수석부회장 겸 차기 회장 지명자로 선출됐다. 김 수석부회장은 2019년 1월부터 회장직을 맡는다.

대한중재인협회는 1998년 국제분쟁 중재를 담당하는 법조계와 학계, 실업계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법조인으로서 대한중재인협회 회원이 되려면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인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대한상사중재원은 1966년 국내외 상거래 관련 분쟁 중재 및 예방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1995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일할 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국제분쟁 중재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대한상사중재원이 ‘법원’, 대한중재인협회는 ‘판사’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각국마다 중재인협회가 다 있습니다. 올해부터 세계 중재인협회와의 교류를 더욱 확대하려는 게 대한중재인협회의 주 목표입니다.”

그는 “ADR은 금융과 지식재산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분쟁에 유용하다”며 “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가 크고,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얼굴 붉힐 일도 적기 때문에 ADR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재인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중재인의 중립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건당 양측에서 2~3명의 중재인을 쓴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ADR만 전문으로 하는 사설 로펌이 있을 정도로 이 제도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국제 ADR 시장에서 활약하는 수석급 중재인의 평균 나이는 70~80대입니다. 그 밑에 각 분야에 특화된 젊은 중재인들이 뛰고 있죠. 수십 년간 쌓인 법적 노하우와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분야별 트렌드를 동시에 잡기 위해 이렇게 움직입니다. 아시아에선 중국이 ADR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도 ADR 분야 강국입니다. 한국은 아직 이 분야에선 인재가 많지 않습니다.”

김 수석부회장은 “국내에서 ADR 전문가가 많아지려면 법조인의 영어 실력이 지금보다 더 향상돼야 하고, 중재 분야도 더욱 세분화하고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ADR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온라인 분쟁해결절차(ODR)’가 점차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한국의 정보기술(IT)과 법률 부문 역량을 ADR과 ODR 강화에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