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일 사장단회의를 마치고 서둘러 사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이진욱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일 사장단회의를 마치고 서둘러 사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이진욱 기자
[ 이진욱 기자 ] 설 연휴가 끝나고 맞은 첫 수요일인 1일.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서울 서초사옥 1층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각 계열사 사장들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오갔고, 기자들의 질문엔 침묵과 굳은 표정으로 응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의 분위기는 최근 삼성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삼성 사장들은 전반적으로 언급을 피했고 지난 주에 비해 출석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은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최근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제기되며 또 다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영수특별검사팀(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장단은 특검 조사에 대해선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성열우 삼성 미래전략실 법무팀장(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특검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대한 질문에 급히 자리를 떴다.

특검은 지난해 10월 독일 비덱스포츠가 구입한 명마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삼성이 간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고,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의 호황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는 장중에 주가가 200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실적 개선에 크게 공헌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마저도 말을 아꼈다.

김 사장은 올해 메모리 시장 호황 지속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서둘러 사옥을 빠져나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D램 가격이 대폭 오르며 상반기에도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삼성 사장단은 '글로벌 경제전망과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주제로 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통상압력, 경제 불확실성 등에 대해 강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