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5세대 삼성전자 사장, 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돌직구'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은) 마치 매우 세밀한 도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무딘 망치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

이민 1.5세대인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사장(사진)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베인앤드컴퍼니, 타임 워너, 구글 등 미국 대표 기업을 거쳐온 인물이다. 은 사장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제는 제 많은 친구, 지인을 포함해 저에게도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시리아 등 7개 이슬람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미국이 그동안 지켜온 가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 사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해 버지니아에서 자랐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들을 거쳤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러브콜을 받고 삼성전자로 터를 옮겼다. 현재는 삼성전자가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실리콘밸리의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이끌고 있다.

은 사장은 “이민자의 자녀인 저는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 그들과 다르다는 느낌, 아웃사이더가 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민 1.5세대로서 힘들게 성장한 그는 이슬람국가 출신은 아니지만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 사장은 “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된 7개국 중 누구도 9·11 테러에 연관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1949년 이래 치명적인 총격사건 중 한 건만이 이슬람 이민자에 의해 발생했다”며 “망명 등 절차를 더 타이트하게 만드는 것은 논의해볼 수 있지만 이번 행정명령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