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자아가 다양할수록 정신이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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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 안에 살고 있는 여러가지 자아
관계·경험 속 내면이 성숙해지면서 형성
그 다양성과 유연함이 사회성의 원동력
강병훈 <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 / 정신과·소아정신과 전문의 >
관계·경험 속 내면이 성숙해지면서 형성
그 다양성과 유연함이 사회성의 원동력
강병훈 <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 / 정신과·소아정신과 전문의 >
우리의 자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자아의 모임으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이라면 보편적으로 남편으로서의 자아, 아버지로서의 자아, 직장인으로서의 자아, 아들로서의 자아를 지니게 되며 그 외에도 친구로서의 자아, 자기애적 자아, 종교·정치·도덕적 신념 등이 모여 한 사람의 자아를 이루게 된다. 좀처럼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자아도 있는데 이런 자아는 나이나 상황별로 각기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 우리의 마음 안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자아를 나누는 이유는 개개의 자아마다 나름의 판단기준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사람은 살아가는 매순간 자아끼리의 가치관 충돌을 겪게 된다. 가령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워킹맘의 내면에서는 엄마 혹은 아내로서의 자아와 직장인, 사회인으로서 자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부모와의 갈등 내면에는 자녀로서의 자아와 친구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런 충돌은 매번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충돌을 외면할 수는 없다.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고민이나 중재가 자신의 혼란뿐 아니라 주변의 혼란을 야기하는 예를 우리 주변의 인간관계나 가족관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종 진료실에서 부인과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경우 혼란은 부인의 탓도 부모의 탓도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지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런 다양한 자아는 얼핏 이중인격 및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이 부정적이거나 정신병리적인 상황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히려 현실에서는 자아가 다양할수록, 소통이 원활할수록 정신적으로는 건강하다고 여겨진다. 자아의 다양성은 관계와 경험으로부터 내면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혼 전 아들로서의 자아만 지니고 있던 사람이 결혼 후에도 남편으로서의 자아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아들로서의 자아만 고집하게 되는 경우 다양한 자아를 지니지 못하게 되며, 이는 결국 결혼 생활의 곤란과 본인·가족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어른이 돼서도 스스로를 어른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경우를 우리는 ‘피터팬 신드롬’이라 부르는데 이 경우도 어린 시절에 지닌 자아 외에 다른 자아를 발달시키지 않았을 때 나타나게 된다.
누군가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이런 다양성 없는 빈약한 자아를 ‘일관성’이 있다는 식으로 변명하게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모습은 일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관성이라면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하나의 믿음이나 신념을 지켜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다양하지 못한 하나 혹은 소수의 자아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굳이 일관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 없이 그저 하나의 자아, 하나의 생각만 표현할 뿐이다. 이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할지 몰라도 다양한 가치의 충돌 속에서도 일관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발전시킨 건강하고 성숙한 자아라면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바탕으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함과 상대성을 갖추게 된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우세한 자아를 교체하기도 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적절성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우리가 사회성이라고 하는 중요한 행동 양식의 내면적인 원동력이 된다.
흔히 인맥을 얘기하지만 자아의 다양성과 유연함, 상대성이 밑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인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다양하지 못한 빈곤하고 미성숙한 자아는 겉으로는 일관성 있는 그럴싸한 모습일 수 있으나 결국엔 그 바닥을 드러내게 되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며 나중에는 자신을 외롭거나 위태롭게 한다.
강병훈 <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 / 정신과·소아정신과 전문의 >
이렇게 자아를 나누는 이유는 개개의 자아마다 나름의 판단기준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사람은 살아가는 매순간 자아끼리의 가치관 충돌을 겪게 된다. 가령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하는 워킹맘의 내면에서는 엄마 혹은 아내로서의 자아와 직장인, 사회인으로서 자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부모와의 갈등 내면에는 자녀로서의 자아와 친구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런 충돌은 매번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충돌을 외면할 수는 없다.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고민이나 중재가 자신의 혼란뿐 아니라 주변의 혼란을 야기하는 예를 우리 주변의 인간관계나 가족관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종 진료실에서 부인과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경우 혼란은 부인의 탓도 부모의 탓도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지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런 다양한 자아는 얼핏 이중인격 및 지킬박사와 하이드같이 부정적이거나 정신병리적인 상황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히려 현실에서는 자아가 다양할수록, 소통이 원활할수록 정신적으로는 건강하다고 여겨진다. 자아의 다양성은 관계와 경험으로부터 내면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혼 전 아들로서의 자아만 지니고 있던 사람이 결혼 후에도 남편으로서의 자아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아들로서의 자아만 고집하게 되는 경우 다양한 자아를 지니지 못하게 되며, 이는 결국 결혼 생활의 곤란과 본인·가족의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어른이 돼서도 스스로를 어른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경우를 우리는 ‘피터팬 신드롬’이라 부르는데 이 경우도 어린 시절에 지닌 자아 외에 다른 자아를 발달시키지 않았을 때 나타나게 된다.
누군가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이런 다양성 없는 빈약한 자아를 ‘일관성’이 있다는 식으로 변명하게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모습은 일관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관성이라면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하나의 믿음이나 신념을 지켜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다양하지 못한 하나 혹은 소수의 자아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굳이 일관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 없이 그저 하나의 자아, 하나의 생각만 표현할 뿐이다. 이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할지 몰라도 다양한 가치의 충돌 속에서도 일관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을 발전시킨 건강하고 성숙한 자아라면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바탕으로 상황에 대응하는 유연함과 상대성을 갖추게 된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우세한 자아를 교체하기도 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적절성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우리가 사회성이라고 하는 중요한 행동 양식의 내면적인 원동력이 된다.
흔히 인맥을 얘기하지만 자아의 다양성과 유연함, 상대성이 밑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인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다양하지 못한 빈곤하고 미성숙한 자아는 겉으로는 일관성 있는 그럴싸한 모습일 수 있으나 결국엔 그 바닥을 드러내게 되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며 나중에는 자신을 외롭거나 위태롭게 한다.
강병훈 < 서울연마음클리닉 원장 / 정신과·소아정신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