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각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대우그룹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지분을 인수한 업체 대표에게 지분 양도를 요구하며 압박한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일 열린 차 전 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사진),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의 3차 공판에서다. 이들은 중소 광고업체 컴투게더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최순실 씨 등과 공모해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고 한 혐의(강요미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한 대표와 송 전 원장 간 대화가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송 전 원장은 차 전 단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한 대표에게 “이대로 가면 컴투게더가 큰일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에서 봤을 때는 형님(한 대표)이 양아치 짓을 했다고 돼 있다. 막말로 얘기하면 ‘묻어버려라’ ‘세무조사를 통해 컴투게더를 없애라’고까지 얘기가 나왔다”고 협박했다. 한 대표가 포레카 지분을 넘기지 않아 ‘윗선’에서 화가 났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가 “세무조사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격하면 안 되나”라고 되묻자 송 전 원장은 “그건 안 된다. 그들은 안 되게 할 방법이 108가지가 더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진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며 “김우중(전 대우그룹 회장)이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나?”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3명이 오는 28일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회장 등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청와대의 출연 요청에 따라 다른 기업처럼 기금을 낸 것이고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