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전쟁' 나선 미국] 글로벌 금융시장 혼돈 속으로…달러값 대선 전 수준으로 '추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심 경제참모의 발언이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1월8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감세, 규제 완화, 1조달러 규모 사회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에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뉴욕증시가 달아오른 것과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약속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중국과 일본, 독일을 겨냥해 동시다발적 ‘통화전쟁’을 선포하자 통화가치는 급등락했다.

['통화전쟁' 나선 미국] 글로벌 금융시장 혼돈 속으로…달러값 대선 전 수준으로 '추락'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77% 밀려 99.58까지 떨어졌다. 장중에는 99.43까지 하락해 지난해 대선일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월 전체로는 2.6% 하락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2월20일 103.25와 비교하면 3.5% 폭락했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079달러로 0.9% 뛰어올랐다. 8주 만의 최고치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2원10전 급락해 출발했다. 이후 달러 매수세가 커져 4원 떨어진 달러당 1158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10일(1150원60전) 이후 83일 만의 최저치다.

월가의 한 외환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플라자합의를 미국이 다시 추진하려는 것같이 들렸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 원인이 이들 교역국의 환율 조작에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증가, 미국 내 일자리 감소, 저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대선일 이후 뉴욕증시를 달궈온 ‘트럼프 랠리’도 ‘트럼프 공포’로 돌변했다. 지난달 25일 역사상 처음으로 20,000선을 돌파한 다우지수는 이날 107.04포인트(0.54%) 하락한 19,864.09에 마감했다. 연이틀 세 자릿수 폭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월에만 2.6%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서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미국 CNBC 방송은 월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51%가 보호무역주의를 미국 경제 성장의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와 금값은 급등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042%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연 2.446%로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1.3% 상승한 온스당 1211.40달러로 올랐다.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는 5.2% 급등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