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란 자리를 그렇게 오래 비워놓아도 되는 건가요?”

금융위원회 산하의 한 위원회에 몸담은 적이 있는 업계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와 회계부정에 대한 제재 등을 실무선에서 총지휘하는 증선위 상임위원의 잦은 교체와 되풀이되는 인사공백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최근 수년간 인사 행태를 보면 증선위원이 꼭 필요한 자리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1급 공무원이 맡는 상임 증선위원은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불공정거래)와 감리위원회(회계부정)를 주재하고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이 겸임)을 보좌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민간 출신 비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 증선위에서 증선위원장을 제외한 유일한 상임이다.

이 자리가 공석이 된 지 40여일 만인 지난달 31일에야 후속 인사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두 차례의 증선위, 각각 한 차례의 자조심과 감리위가 상임위원의 부재(不在) 속에 열렸다. 전임 이병래 위원은 선임 초기부터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내정설이 돌더니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말 예탁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는 없고 챙겨줘야 할 식구는 많은’ 금융위의 사정상 증선위원의 잦은 교체와 이에 따른 공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4년 이후 4명 위원의 평균 재임기간은 약 6개월로, 주어진 임기(3년)의 6분의 1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상임위원을 거쳐간 7명 가운데 1년 이상 머문 사람은 단 두 명뿐었다. 서태종 전 위원이 퇴임한 뒤에는 3개월(2015년 1월1일~3월29일), 유재훈 전 위원 이후에는 무려 8개월(2013년 11월29일~2014년 8월11일) 동안 자리를 비워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임 증선위원이 고위공무원들의 정거장이냐” “이럴 거면 임기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비아냥이 일상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 사태와 주식·채권시장의 불공정거래가 교묘해지고 있는 가운데 증선위원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부정을 척결하고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이 공무원들의 내부 ‘집안사정’에 밀려 퇴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이유정 증권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