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13개  모조리 '반기문 테마주'…결국 다 털리는 '대선 테마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발표가 난 지난 1일 오후 3시30분. 국내 최대 주식 사이트 팍스넷 토론방은 평소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게시글이 30건 넘게 올라왔다. 황 대행 관련 테마주 소개와 함께 “보수는 황 대행으로 단일화됐다” 등의 글이 다수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테마주 시장을 떠나지 못한 개미(개인투자자)의 ‘폭탄 돌리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허망한 정치 테마주

하한가 13개  모조리 '반기문 테마주'…결국 다 털리는 '대선 테마주'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는 2일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전무이사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성문전자와 반 전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인 것으로 전해진 지엔코 등이 대표적이다. 지엔코는 매도 잔량만 2800만주 쌓인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하한가를 기록한 13개 종목 모두가 반기문 테마주였다.

반면 반 전 총장이 빠진 대선 국면에서 여권 주자로 급부상한 황 대행 관련 테마주는 급등했다. 대표가 황 대행과 성균관대 동문이라고 전해진 인터엠은 이날 9.93% 올랐다. 연초 3025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황 대행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한 달 만에 123%나 올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억원으로 2014년(33억원)보다 수익성이 나빠졌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551배까지 치솟았다.

충청 표심 일부가 이동할 것이란 전망에 안희정 충남지사 관련 테마주도 올랐다. SG충방은 대표가 운동권 출신으로 안 지사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날 24.20% 올랐고 백금T&A는 23.82%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언제든지 급락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반복적 패턴이다.

과거 학습효과도 실종

실적과 상관없이 오른 대선 테마주는 통상 ‘지지율 하락→대선 불출마 또는 후보 단일화→주가 폭락’의 공식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보인다.

직전 18대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대선을 석 달 앞둔 2012년 9월14일. 안철수 후보가 몸담았던 안랩(당시 안철수연구소)은 1년 전 3만원대에서 12만9300원까지 올랐다. 또 다른 테마주 써니전자는 500원대 ‘동전주’에서 1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11월23일 안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뒤 안랩은 74.90%, 써니전자는 90.34%까지 하락했다. 대선을 3개월 정도 앞두고 테마주를 산 사람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는 분석이다.

황 실장은 “‘4말5초’(4월 하순~5월 초순)의 벚꽃 대선을 가정할 경우 현 시점에서 대선 테마주에 투자하는 건 극히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선거 때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테마주 투자는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체시스는 김 의원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작년 11월23일 24.79% 하락했다. 지난달 26일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테마주 토탈소프트도 2일까지 10% 이상 떨어졌다.

테마주 투자 손실은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떠안는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테마주 투자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 비율은 전체의 99.6%에 달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계좌수 기준)은 65% 정도다. 테마주에 손을 댄 개인투자자 중 73%가 손해를 봤고, 거래대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액 투자자는 93%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