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석 대표 "AI·IoT 세상에 맞는 미래도시 설계 해야죠"
건축사무소 스케일의 하태석 대표(48·사진)는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스타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명문 영국건축협회건축학교(AA스쿨)를 나온 영국왕립건축사이고, 2010년엔 세계 최대 미술·건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서울시청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그가 ‘도시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자며 사람을 끌어모았다. 건축가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업체 대표, 로봇공학자, 예술가, 디자이너 등 각계 전문가 30여명을 모아 ‘퓨쳐시티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 대표는 2일 기자와 만나 “도시는 한번 설계되면 수십년 그대로 이어지는데, 한국의 도시들은 미래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퓨쳐시티 소사이어티는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전형적인 건축가는 아니다. 베니스비엔날레 때는 ‘변형 도시’를 제작해 건축계를 놀라게 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도시 거주민의 생활습관을 파악한 뒤 이 데이터에 따라 벽들이 이동하면서 건물과 마을 전체가 수시로 ‘변신’하는 형태다. 콘셉트만 제시한 게 아니다. 그가 설계해 오는 4월 완공 예정인 국립어린이과학관은 날씨 등 주변 환경에 따라 건물 외벽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건축 설계에 IoT 기술을 더한 것이다. 건물 외관을 특수 섬유로 제작해 형태와 모양이 바뀌는 집도 짓고 있다. 하 대표는 이 집에서 직접 살 예정이다. 그가 제시한 ‘변형도시’의 초기 버전인 셈이다. 그는 스스로를 ‘건축가이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이런 건축물을 만드는 이유는 “기술이 건축이라는 양식을 통해 인간에게 상당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인공지능(AI)과 IoT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도 건축물과 도시는 10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을 단 도시들이 생겨나지만 실제로 거주자의 삶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를 들었다. 처음부터 스마트시티를 표방했지만 완성해 놓고 보니 다른 도시에 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하 대표는 “거주자, 사용자에 대한 이해 없이 도시에 형식적으로 정보기술(IT)만 접목시키다 보니 그저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또 하나의 도시가 생겨났을 뿐”이라며 “해외에서는 진정한 스마트시티가 무엇인지 사회 각층의 논의가 활발한데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의 장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가 퓨쳐시티소사이어티 멤버로 건축가뿐 아니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로봇전문가인 고승환 서울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은 이유다. 그는 “제대로 미래 도시를 설계하려면 건축가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토의해야 하고 특히 거주자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앞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꾸준히 미래 도시에 대한 제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