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전·현직 사장 '뇌물죄' 잇단 무죄…검찰 '무리한 수사' 또 도마에
광고대행사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재판에 넘겨진 백복인 KT&G 사장(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민영진 전 사장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현직 사장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이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2일 백 사장에 대해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백 사장은 2011~2012년 광고업체 J사를 KT&G 광고대행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여섯 차례에 걸쳐 총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백 사장이 2010년 11월 광고대행사 선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백 사장은 2013년 민 전 사장의 배임 의혹 사건에 관련된 핵심 참고인을 외국으로 도피시킨 혐의(증인 도피)도 받았지만, 재판부는 이 또한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공무원에게 6억6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로 민 전 사장을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금품 공여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민 전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었을 당시 일각에선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 전 사장이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민 전 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는 데 부담을 느껴 지난해 7월 사임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