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인 DNA
한국인의 뿌리는 북방계인가, 남방계인가. 역사·고고학계에서는 알타이산맥에서 도래한 북방계가 주류라고 본다. 몽골 등 북방민족과 생김새, 언어계통, 풍습이 닮았다는 게 근거다. 금나라는 신라 후예가 세웠고, 청나라(후금) 황실의 만주어 성(姓) ‘아이신기오로’를 ‘애신각라(愛新覺羅)’로 음차한 것이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자’는 의미란 가설도 있다. 심지어 칭기즈칸이 한민족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과학계에서는 대체로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으로 본다. 2006년 김욱 단국대 교수는 부계 Y염색체와 모계 미토콘드리아 DNA를 모두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70~80%를 북방계, 20~30%를 남방계로 분류했다. 6 대 4로 보는 연구도 있다.

엊그제 한민족 기원이 남방계 혼혈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가 러시아 연해주 ‘악마의 문’ 동굴에서 발견된 신석기 유골의 DNA를 분석한 결과 남방계로 밝혀졌다. 두만강 북쪽인 이 지역은 옛 고구려, 동부여 땅이다. 유골 DNA는 현대인 중 한국인과 가장 가깝다고 한다. 3만~4만년 전 동남아에서 중국을 거쳐 흘러든 남방계 수렵채집인과 1만년 전 들어온 남방계 농경민이 한국인의 원류라는 것이다.

이는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만하다. 한국인의 뿌리가 남방계라면 몽골초원, 만주벌판에서 말 달리던 북방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신화는 허구일까. 또한 남방계의 신화와 전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 제주 3성(고·량·부) 등을 빼곤 이렇다 할 게 없다.

상반된 연구도 있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소의 세계 종족별 DNA 분석자료에 따르면 바이칼호 주변 부랴트인의 DNA가 튀르크계 야쿠트인, 아메리카 인디언 및 한국인과 거의 같다고 한다. 평평한 얼굴, 광대뼈, 길고 낮은 코, 가는 눈, 두꺼운 눈꺼풀 등이 일치한다.

이는 북방계의 특색이다. 남방계는 얼굴과 눈이 둥글고 코는 약간 넓다. 그래선지 장승의 얼굴도 차이가 있다. 한반도 북부의 나무장승은 북방형 얼굴을, 남부의 하르방 벅수 같은 돌장승은 남방형 얼굴이다(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

한민족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섞여 형성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애초에 단일민족이라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유전적, 문화적 단일화를 이룬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대륙 혼란기의 중국인 대량 이주, 혼혈에다 덕수 장씨, 화산 이씨 등 귀화인도 많다. 지금도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귀화인이 16만명에 이른다. 이제는 모두가 한국인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