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이상 환자 가장 많아
이 사건으로 뇌전증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뇌전증 환자들을 아예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뇌전증은 관리만 잘 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대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운전사고를 냈다고 심혈관계질환 환자들을 격리하자는 얘기와 같은 논리”라며 “뇌전증은 생활습관과 약물치료, 수술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은 뇌신경 세포의 비정상적인 구조와 과도한 흥분으로 나타난다. 뇌전증을 직간접적으로 일으키는 원인은 선천성 질환, 뇌의 염증, 뇌종양, 뇌수막염, 뇌혈관질환 등 다양하다. 뇌전증의 주된 치료법은 약물 치료다. 항경련제로 뇌신경 세포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억제한다. 약물 처방 이후 2년이 지나도 경련발작이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서 교수는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 뇌전증 환자의 70%가량은 회복될 수 있다”며 “약물 치료만으로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도록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콜로라도 등 여러 주에서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운전을 허락한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만3898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인구 대비 가장 많았고 그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준홍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인 연령층에서 뇌전증 발생률이 높은 것은 뇌졸중이나 퇴행 뇌질환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늘면 뇌전증 환자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뇌전증을 이해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뇌전증의 원래 이름은 간질”이라며 “과거엔 지랄병이라고도 불렸고 ‘뗑깡 부리다’라는 말도 일본어로 간질을 뜻하는 ‘뗑깡(癲癎·전간)’에서 나왔을 만큼 사회적 편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뇌전증을 방치하면 순간적 의식불명으로 추락 및 익사사고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뇌전증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