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문. / 한경 DB
서울대 정문.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노조가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며 100일 넘게 행정관 점거농성을 벌여온 학생들에게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역대 총장들의 점거사태 해결 당부에 이어 교협과 직원노조까지 나선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대 교협은 지난 3일 ‘행정관 점거농성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점거농성이라는 극단의 수단을 사용한 학생들 입장을 헤아릴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화를 통해 시흥캠퍼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교협은 “총장도 다양한 절차나 과정에 학생들 참여를 보장해 제도적으로 학생 의견을 수렴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학 본부가 종래의 무성의하고 소통 부재인 자세로 회귀할 경우 교수협의회는 학생들과 함께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생들 요구대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면 서울대의 명예와 신뢰 추락은 물론, 법적 다툼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지금은 대학 본부와 교수·학생·직원이 지혜를 모아 시흥캠퍼스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승적 견지에서 구성원 모두 점거사태의 신속한 해결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노조도 같은 날 호소문을 통해 “노조는 본부가 학생 징계 절차에 착수했던 데 대해 시흥캠퍼스 갈등의 본질을 이해 못한 경솔한 조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대화와 소통을 기반으로 점거의 평화적 해제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10년 전인 2007년부터 국제캠퍼스 조성에 나서 지난 2009년 시흥을 후보지로 최종 선정했다. 작년 실시협약을 체결해 시흥캠퍼스를 본격 추진했으나 학생들은 대학 상업화 우려, 학생 의견수렴 부족 등을 이유로 반발하며 지난해 10월10일 행정관 점거에 돌입했다.

점거농성 장기화에 따라 대학 본부는 올해 들어 행정관 점거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를 검토하기도 했다. 학내외 비판이 일자 징계 절차를 중단하고 학생들과의 소통,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의 학생 참여 보장 등을 제시했다.

반면 점거 학생들은 대학 본부의 이 같은 제안이 시흥캠퍼스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실시협약 철회에 대한 실질적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교수·직원들까지 ‘점거 해제’와 ‘본부와의 대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자칫 점거 동력을 잃고 고립될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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