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3일 오전 11시25분
Getty Image 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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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억원 미만을 투자한 ‘개점휴업’ 상태의 벤처캐피털(VC)이 전체의 약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투자액이 전무하거나 1000~2000원의 푼돈을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업체 간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곳은 1년간 투자 ‘제로’

6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투자사 면허를 보유한 벤처캐피털 137곳 중 1억원 미만을 투자한 곳은 15곳(10.9%)이었다. 이 중 10곳은 단 한 건의 투자도 집행하지 못했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르면 1년간 투자를 집행하지 않거나 설립 3년 이후 납입자본금의 50% 이상을 투자하지 않는 벤처캐피털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이 떨어진다. 해당 벤처캐피털은 이후 부여되는 약 6개월간의 유예기간 내에 투자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업투자사 면허가 취소돼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투자실적이 없는 벤처캐피털 중 데일리벤처투자 선명인베스트먼트 트라메스벤처캐피탈 등 세 곳은 중기청에서 시정명령을 받아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중기청은 투자실적이 없는 다른 벤처캐피털에 대해서도 곧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1000원 단위 푼돈 투자도

일반 개인보다도 적은 수준의 소액을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화이텍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반도체 부품소재업체 한 곳에 단돈 1000원을 투자했다. 마이벤처파트너스는 정보서비스업체와 운송장비업체에 각각 1000원을 투자해 지난 한 해 동안 총 투자금액이 2000원에 그쳤다. 이노피온벤처캐피탈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전체 투자 실적이 40만원에 불과했다. 해당 업체들은 기존에 운용 중인 펀드를 청산하는 투자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캐피털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설정한 펀드로 투자했다가 만기까지 투자회수를 하지 못한 결과 고유계정을 통해 소액으로 인수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정명령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3년간 투자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투자실적이 없는 경우 시정명령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소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행법상 1년간 1000원이라도 투자했다면 시정명령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업계 전체로는 투자실적이 사상 최대에 달했다. 지난해 2조1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투자실적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84개 벤처기업에 총 1482억원을 투자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신규 벤처펀드 조성도 전년보다 17.9% 증가한 3조199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소형 벤처캐피털 상당수가 매년 적자를 내고 신규 펀드도 조성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업계에서 옥석이 가려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태호 / 이동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