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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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파장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역시 제품 경쟁력이다. 세계 1등 제품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고 있다. 극심한 불황에서도 세계 1등 제품만큼은 타격을 가장 작게, 가장 늦게 받는다. 대기업들은 기존 세계 1등 제품의 경쟁력을 더 높이는 동시에 세계 1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큰 신사업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

위기에도 투자 확대하는 삼성·현대차

보호무역 뛰어넘을 압도적 경쟁력…결국 '1등 제품'이다
삼성그룹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제품이 10개에 달한다. TV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며 ‘TV는 삼성’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부품 분야에서는 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 구동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이 모두 세계 1위다. 삼성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것은 ‘월드 베스트’ 전략 덕분이다. 잘하는 분야에는 더욱 과감히 투자하고 성과가 없거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총 16조원을 투자해 D램과 3D(3차원) 낸드플래시, OLED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최근엔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1등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흐름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신규 차량 생산, 공장 환경 개선 등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제2공장 설립 여부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확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친환경차가 주요 무기다. 고급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고 친환경차와 미래차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생각이다.

1등 제품 추구하는 SK·LG

SK그룹도 올해 계열사별 세계 1위 제품을 앞세워 수출 확대를 이끌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사업부문별 세계 1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고급 윤활기유 부문에서 세계 1위다.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통해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4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SK는 그동안 해외 원료사와의 합작을 통해 윤활기유 사업을 키웠다. 올해도 이런 합작을 확대하며 1위 경쟁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새로운 1위 제품 만들기에도 집중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의 고부가 화학사업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인수하며 단숨에 이 분야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EAA는 고부가 기능성 접착수지로 알루미늄 포일이나 치약, 화장품을 보관하는 튜브형 포장재 등의 접착 재료로 쓰인다.

LG는 글로벌 시장에서 ‘초(超)프리미엄 LG’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LG만의 혁신 제품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앞세워 선두 자리를 지켜가겠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가전, OLED, 고부가 기초소재 등 주력 사업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3월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출시한 것은 1등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기대다. LG는 역량이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자동차 부품, 에너지솔루션 등의 신성장 사업 분야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