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트럼프…한국 금융주도 달궜다
증권 은행 보험 등 금융주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미국 증권시장 활황,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주를 둘러싼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규제법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 촉발제가 됐다.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 기대가 태평양 건너 국내 증시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규제 완화에 화답한 시장

국내 증권업종 상장사 주가는 6일 평균 3.74% 올랐다. 매각설이 나온 SK증권이 6.22% 올라 보통주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SK증권의 최대주주인 SK그룹은 이날 SK증권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키움증권(6.12%) 미래에셋대우(5.85%) 등 증권사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은행·보험업종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현대해상이 2.37%, 광주은행이 1.91% 올랐다. 금융지주사의 주가 상승도 돋보였다. 전날보다 1.11% 오른 하나금융지주와 0.74% 오른 KB금융은 나란히 최근 1년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영향이 컸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2010년 7월 발효된 법률이다. 미국 공화당은 이 법이 금융감독기관에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부여해 금융회사 수익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법률 시행 이후 S&P500 금융섹터에 포함된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가량으로 떨어졌다. 법안 시행 직전 3년 평균 ROE인 14.6%의 절반 수준이다.

행정명령 서명 이후 미국 시장에서는 3일 하루에만 S&P500 금융주 지수가 2.0%, 은행주는 2.6% 강세를 보였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융업종의 12개월 선행 ROE 예상치가 올라가는 추세”라며 “금융사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던 규제와 저금리라는 대외 환경이 바뀌면서 미국 금융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가 한국 금융사 실적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세계적으로 자본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 한국 금융업에도 수익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주 강세 이어질 것”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주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글로벌 리플레이션(완만한 물가 상승세), 국내 증시 상승 등 대외 여건이 금융주에 우호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증권업종의 주가 상승 기대를 키우는 요인은 연초부터 이어진 국내 증시 상승과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3%가량 올랐다. 국내 상장사 실적 추정치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올해는 ‘박스피’에서 탈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주식 거래대금이 늘면서 증권업종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초대형 IB로 거듭난 증권사들이 얼마나 수익을 내느냐가 증권주 전체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은행업종은 금리 인상기에 수혜를 입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순이자마진(NIM)이 커져 실적에 도움이 된다. 고객의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업종도 금리가 오르면 운용자산이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린다. 박 연구원은 “보험과 은행업종은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저평가받아 왔다”며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세를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 도드-프랭크법

정식 명칭은 ‘월가 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 2010년 7월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시행된 금융규제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 금융회사의 위험자산 투자 규제, 대형 은행의 자본 확충을 의무화하는 등 내용이 골자.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