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의도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중 지도자 간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한 이래 각국 지도자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거나 대면 회담을 했지만 지금까지 시 주석과는 아무런 접촉이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주간 한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러시아, 일본,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는 워싱턴에서 정상회담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 주석이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임 축전을 보낸 것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주요국 지도자와 통화하면서도 중국 국가주석은 누락시킴으로써 자신이 의도적으로 중국 지도자를 소홀히 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두고 중국인에게 보내던 새해 인사 관례도 41년 만에 생략했다. 그 대신 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손녀 아라벨라 쿠슈너가 지난 1일 워싱턴 주미 중국대사관 춘제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 매체들은 아라벨라가 유창한 중국어로 춘제 축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전하면서 이방카가 경색된 양국 관계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 사실은 초현실적인 경험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잠들기 전에 ‘내가 백악관에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백악관 정문으로 들어갈 때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