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는 40~50여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장수 중견 기업인이 10여 명 정도다. 부천 시민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책임지는 ‘대들보’들이다. 많은 제조업체가 공장용지 부족에 난관을 겪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도 했지만 이들은 부천을 지켰다. 석중균 부천시 기업지원과장은 “지역민들을 채용하고 비싼 땅값을 감수하면서도 공장을 유지하고 확장해준 중견 기업인들은 부천의 자랑이자 보물”이라고 했다.

부천의 최장수 기업인은 1960년 산업용 밸브 생산기업 ‘삼양발브종합메이커’를 창업한 양창덕 회장(70)이다.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 회장은 1960년 ‘삼양수도사’를 설립했다. 반세기 역사의 시작이었다. 양 회장은 밸브 제조는 물론 에너지 관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지난해 아들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기까지 56년간 회사의 기술혁신을 진두지휘했다. 1990~2000년대 대통령 표창 등 주요 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펌프, 선풍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신한일전기는 부천 송내동에 공장 터를 마련한 지 올해로 41년째다. 1968년 이 회사를 창업한 김영우 대표(65)는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40여년간 펌프 제조 외길을 걸어온 김 대표는 국내 펌프산업의 산증인이자 ‘가정용 펌프의 1인자’로 꼽힌다. 1973년 소방기계기구 제조업체인 파라텍을 창업한 오선영 대표(60)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기구를 일본, 미국, 중동 등에 수출하며 지난해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 기업인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그동안 충청도 등에서 값싼 공장부지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수차례 공장 이전을 제안받았으나 직원들의 고용 안정 등을 고려해 부천에 남았다는 점이다.

이들 외에도 장상빈 모텍스 대표(74)와 강신영 흥아기연 대표(59)는 부천에서 일류기업을 일군 성공한 기업인으로 부천 경제를 살찌우고 있다. 1975년 서울에서 창업한 뒤 1980년 부천시 삼정동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한 장 대표는 가격표시기(라벨부착기)와 전자저울 국산화에 성공,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머리 높이를 조절하는 친환경 ‘모텍스 아임 베개’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는 2014년 사회공헌 활동 일환으로 경기 포천에 과학전시관인 ‘과학공학기구-어메이징 파크’를 개관, 어린이들의 과학교육에도 일조하고 있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흥아기연은 제약 및 비제약부문 자동성형포장기 전문업체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수출 강소기업이다.

이종철 리텍 대표(56)는 커피숍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선진동호출기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고장석 제이에스컴퍼니 대표(63)는 세계적인 수준의 낚싯대로 세계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부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