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절대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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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
![[한경에세이] 절대가치가 있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AA.13080512.1.jpg)
젊은 시절 사제가 되고자 했을 때 지은, 내 삶의 기본자세로 생각하는 글을 하나 소개해 본다. “님 괴어 사린 몸/ 만남에 님 있어/ 님 살음 되소서/ 주 내 님하!”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그 사랑을 실천하려고 항상 준비돼 있는 이 몸, 삶의 매 순간에 하느님을 만나, 항상 하느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되게 해주십시오. 주 나의 님이시여”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만약 내가 사제가 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살아간다고 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이 진정으로 나에게 요구하는 가치일까.
세상으로 튕겨 나와 이제 나는 달리 기도한다. 나는 인류 역사 속에서 보면 하찮은 미물이며, 수많은 인간 중 하나로서 그 절대가치를 찾을 길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절대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나에게는 오직 나를 통해 느끼는 세상이 있고, 내가 느끼는 가치가 있으며, 내가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들이 있다. 지난 40년을 나와 함께한 아내의 가치가 나의 가치와 같을까. 물론 그렇지 않기에 한 사건, 한 사물을 보면서도 생각이 다르다. 그와 내가 같은 가치관을 가졌다면 내 삶의 다양성은 없어져 버렸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작은 가정에서도 서로 다른 객체가 다른 가치관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신비로움을 느낀다. 범위를 넓혀서 이 사회에서 하나의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든 뒤 절대가치 추구에 대한 삶의 태도가 그저 나의 관념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되고 난 뒤 마음이 훨씬 너그러워지고 또 삶이 풍요로워진 것을 느낀다. 손자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기쁘게 하고, 볼 때마다 변화된 녀석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그에게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사랑이 있고,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들이 조화롭게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수많은 인류를 자식으로 가진 하느님이 나를 당신의 종으로 생각하고, 내 삶의 모든 것을 당신에게 바치며 살아가는 것을 바라고 계실까. 절대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수많은 다양성과 독자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들이 서로 잘 조화롭게 성장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하고 스스로 물어본다.
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