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장학금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지방으로 유학오이소" 반가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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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성적 장학금' 고정관념 깬 성과
부산시 他지역유학생 기숙사비 첫 지원
부산시 他지역유학생 기숙사비 첫 지원
“고려대가 성적우수 장학금을 없애는 ‘장학실험’에 나선다.” 지난 2015년 10월 쓴 기사(☞ 고려대의 ‘장학실험’…성적장학금 없앤다)의 첫 문장이다. 당시 고려대가 발표한 장학제도 개편안은 2016학년도부터 적용됐다. 그리고 벌써 1년, 실행 성과는 주목할 만했다.
# 고대생 노알바 씨(가명)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입학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의 삶이 바뀐 것은 학교로부터 월 30만 원씩 ‘생활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다. 알바할 시간에 공부에 열중한 노 씨의 학점(4.5점 만점)은 3점대에서 4점대로 껑충 뛰었다.
# 조부모 손에 자란 또 다른 고대생 나해외 씨(가명)도 학기가 끝나면 매일같이 알바를 뛰었다. 형편상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는 건 꿈도 못 꿨다. 하지만 나 씨는 지난해 미국 오리건대로 5개월간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었다. 학교가 현지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항공료를 모두 지원한 덕이었다.
성적장학금을 없앤 대신 저소득층 대상 면학장학금과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장학금의 비중을 높인 고려대가 맺은 결실이다. 전자는 ‘필요 기반(Need-Based)’ 장학금, 후자는 ‘프로그램 기반(Program-Based)’ 장학금의 성격을 띤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꼭 학업 성적을 올릴 필요도 없다. 고려대 관계자는 “장학금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인센티브가 아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기회를 갖고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게끔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염재호 총장의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등록금 내고 생활비 버느라 각종 알바에 치이는 학생들. 자신만의 꿈을 꾸는 건 고사하고 학교 공부나 취업 준비마저 엄두를 못내는 청년들. 같은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버거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로 한 대학의 인식 전환이 특히 반갑다.
의미 있는 실험은 학교 밖에서도 진행된다.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다른 지역 출신 유학생에 기숙사비를 지원하는 부산시가 그 주인공. 올 3월 부산행복연합기숙사에 들어오는 대학생 200명에게 1인당 월 5만 원씩 연간 60만 원을 지급키로 했다.
지자체가 서울에 학사를 설립해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지원한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지역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을 자체 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최홍석 부산시 교육협력담당관은 “대학 진학 후 지역 취업까지 이어지도록 정주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귀띔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철학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기존 지역학사는 해당 지역 출신의 상경을 도왔다. 그러나 그들이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지역 입장에서는 ‘유출’이다. 반면 이번 부산시의 실험은 ‘유입’ 장려책으로 규정된다.
그 지역 대학에 입학하고 회사에 취업해 정착하는 ‘정주 사이클’ 구축은 지자체 청년정책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최 담당관은 “청년들의 생애주기별 지원패키지를 고민하고 있다. 타 지역 출신 학생들에 대한 기숙사비 지원도 내년엔 300명 규모로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학금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대학과 “우리 지역으로 유학 오세요”라고 외치는 지자체가 늘어났으면 한다. 그래야 청년들의 학업안전망이 촘촘해지고, 지역과 대학을 한 몸으로 하는 균형발전 역시 탄탄해질 수 있어서다. 더 많은 고려대와 부산시를 응원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고대생 노알바 씨(가명)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입학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의 삶이 바뀐 것은 학교로부터 월 30만 원씩 ‘생활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다. 알바할 시간에 공부에 열중한 노 씨의 학점(4.5점 만점)은 3점대에서 4점대로 껑충 뛰었다.
# 조부모 손에 자란 또 다른 고대생 나해외 씨(가명)도 학기가 끝나면 매일같이 알바를 뛰었다. 형편상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는 건 꿈도 못 꿨다. 하지만 나 씨는 지난해 미국 오리건대로 5개월간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었다. 학교가 현지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항공료를 모두 지원한 덕이었다.
성적장학금을 없앤 대신 저소득층 대상 면학장학금과 다양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장학금의 비중을 높인 고려대가 맺은 결실이다. 전자는 ‘필요 기반(Need-Based)’ 장학금, 후자는 ‘프로그램 기반(Program-Based)’ 장학금의 성격을 띤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꼭 학업 성적을 올릴 필요도 없다. 고려대 관계자는 “장학금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나 인센티브가 아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기회를 갖고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게끔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염재호 총장의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등록금 내고 생활비 버느라 각종 알바에 치이는 학생들. 자신만의 꿈을 꾸는 건 고사하고 학교 공부나 취업 준비마저 엄두를 못내는 청년들. 같은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버거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로 한 대학의 인식 전환이 특히 반갑다.
의미 있는 실험은 학교 밖에서도 진행된다.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다른 지역 출신 유학생에 기숙사비를 지원하는 부산시가 그 주인공. 올 3월 부산행복연합기숙사에 들어오는 대학생 200명에게 1인당 월 5만 원씩 연간 60만 원을 지급키로 했다.
지자체가 서울에 학사를 설립해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지원한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지역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을 자체 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최홍석 부산시 교육협력담당관은 “대학 진학 후 지역 취업까지 이어지도록 정주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귀띔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철학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기존 지역학사는 해당 지역 출신의 상경을 도왔다. 그러나 그들이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지역 입장에서는 ‘유출’이다. 반면 이번 부산시의 실험은 ‘유입’ 장려책으로 규정된다.
그 지역 대학에 입학하고 회사에 취업해 정착하는 ‘정주 사이클’ 구축은 지자체 청년정책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최 담당관은 “청년들의 생애주기별 지원패키지를 고민하고 있다. 타 지역 출신 학생들에 대한 기숙사비 지원도 내년엔 300명 규모로 단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학금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대학과 “우리 지역으로 유학 오세요”라고 외치는 지자체가 늘어났으면 한다. 그래야 청년들의 학업안전망이 촘촘해지고, 지역과 대학을 한 몸으로 하는 균형발전 역시 탄탄해질 수 있어서다. 더 많은 고려대와 부산시를 응원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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